<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군사편>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 군사편
탕민 엮음, 이화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으면서 기억해 둘 만한 문장들은 표시를 해 뒀다가 공책에 옮겨적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설의 한 구절이기도 했고, 시의 한 행이기도 했다. 경제서적도 예외없이 기억해 둘 만한 문장이다 싶으면 옮겨다 적었다. 어떤 책에는 한 문장이 아니라 글 전체를 옮겨적고 싶은 글이 있어 그나마 추리고 추려서 몇 장으로 골라내기도 했고, 어떤 책은 그냥 잡지처럼 읽어가며 허허 웃긴 했으나 마음을 헤집는 듯한 문장이 전혀 없어 서운해 하기도 했다. 아마 내가 기억하고자 했던 문장은 내 마음 속의 생각을 꼭 찝은 듯이 써 내려간 문장이었거나, 내가 말하고팠으나 입 안에서만 맴돌던 말이었기에 삼킬 수밖에 없었던 반가운 문장들이었을 테다. 차마 책에 직접 줄을 치거나 메모하지 못하는 소심증 때문에 다른 곳에 옮겨 적어본 것이리라. 그런 발췌 작업을 하는 장소는 참으로 다양했다. 버스 안에서이기도 했고 직장에서이기도 했고, 엎드린 방바닥이기도 했기에 장소에 따라 다른 공간에 적혀있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옮겨 적는 동안 팔이 너무나 아파 나중에 해야지 미뤄두고 놓친 구절도 꽤 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저 모든 것을 하나로 정리해야지라고 마음 먹었는데 이제 너무 방대한 양이 되어버렸을 뿐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 모두 찾아 모으기도 버거워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내가 발췌하고픈, 기억하고픈 문장이 몇 개나 있을까?

난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문장도 가슴에 새겨두질 못했다. 글이 재미가 없었다거나 문장이 형편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글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군사편)’이란 책 제목 그대로 이 글에는 엄청난 역사적인 사건들에 얽힌 미스터리가 진열되어 있다. 우리가 궁금해 하며 영화에서나 보았던 스파이들의 일생을 조목조목 파헤쳐 주기도 했고-실제 007주인공의 모델이라던가, 이름만 무성한 마타하리의 실체-, 수많은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의 면면을 살펴봐 주기도 했다. 게다가 진시황릉의 거대함과 칭기스칸의 광대한 역사를 짚어내기도 했다. 처음 책장을 들춰보았을 땐 ‘아~ 이거 재미있겠는 걸?’이란 생각이었다. 술술 흐르듯이 읽히는 쉬운 문장 덕분에 ‘군사편’이란 이 책에 대한 부담 역시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흥미로운 역사를 다양하게 다루어 준 덕분에 초반을 읽어갈 즈음에는 이 책의 시리즈들-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전쟁편),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영웅편)-도 찾아서 읽어야지.’라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나의 흥미는 시들해졌다. 첫인상만 믿고 반해버린 사람에 대한 실망이라고나 할까? 흥미진진할 수 있는 사건들과 군사무기들이 다양하게 제시된 것은 나의 상식에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나 전체적으로 뭔가 미진한 느낌을 들게 했다. 과거의 사건들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이상 현재 남아있는 사료를 통해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자 역할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글의 저자도 그러한 사료를 통해 사건을 파헤치고 나름 분석하여 역사적 사건들을 우리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꼭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해석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와 같은 류의 문장으로 끝맺곤 했다. 결말을 단정적으로 맺지 않는 만큼 우리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준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말이 반복될수록 나의 흥미는 그에 반비례했다. 너무나 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면서 마지막 부분은 공란으로 남겨둔 듯한 느낌? “너 이거 궁금하지? 내가 알려줄까?”라고 말을 걸며 호기심을 한껏 부풀리더니 정작 대답을 하다가는 “내가 생각하기는 그렇다고.”라고 말해 버리는 얄미움. 그게 반복되다 보니 이야기 전체에 대해 심드렁해진 기분이다.

난 책을 읽고 난 후 책에 대한 등급을 세 가지 정도로 나누고 있다. 읽지 않으면 후회할 책, 읽으면 좋은 책, 뭐 그냥저냥인 책. 그런데 이 책은 그냥저냥인 책과 읽으면 좋은 책 사이에서 어디 두는 게 좋을지 나를 고민스럽게 한다. 그래도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배경지식을 마련해 준 셈이니 ‘읽으면 좋은 책’ 정도가 적당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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