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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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솔직히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유쾌하고 적나라한 우리들의 생활을 파헤쳐주던 '정이현'의 전작에 힘입어서이다. 무릇 소설을 연이어 낼 경우에는 재탕과 삼탕이 반복되기 마련인데 적어도 이 단편집엔 그런 우려먹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뒷 부분엔 늘 그렇듯이 비평가의 그럴 듯한 비평이 작품에 대한 해설처럼 담겨있긴 했는데 과감히 덮어버렸다. 작가의 말만으로도 작품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카드키가 없이 집을 나섰다가 오도가도 못하게 된 냄새에 묻힌 주인공과 삼풍백화점의 붕괴 속에 묻혀간 많은 사람들, 80년대 학교의 풍습과 유행을 따르지 못하고 과거에 묶여 있는 동창까지. 그냥 웃고만 넘길 수 없는 일들이 이 책 속에는 가득가득 했다. 또한 거짓말로 밥을 먹고 간식을 먹고 커피를 사고 생필품을 사는 주인공은 비단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일 것이다. 오늘도 난 고등학교 동창과의 채팅 속에서 우리 꼭 만나자고 말을 했다. 그 말을 한 지가 10년이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고 참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모호한 경계. '랄랄라 하우스'에서 김영하가 한 말이 기억에 난다. 거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남자 동창들에게 명함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고 한다. "언제 한 번 연락해."라고 말하며 건네는 명함들. 그 명함들이 돌아서자마자 땅바닥에 버려질지라도 우선에는 그 상황을 모면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윤활유가 되어줄테니 말이다. 그와 동시에 여자 동창들의 만남을 묘사한 부분은 그야말로 앞권이었다.

"오랜만이야!"

"그래. 반갑다"

............침묵..........

"참 너 ** 결혼한 거 들었어?"

"정말? 그랬구나."

...........침묵...............

"참 너 아직 거기 사니?"

"아니 이사했어."

"아..................그럼 번호는 그대로지?"

나의 기억이 망각과 오도를 워낙 잘 하기에 이게 정확한 전문인진 모르겠으나, 정말 김영하의 묘사를 보고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했다. 그게 진실이고 사실이고 현실이기에. 그런데 나에 대입시켜 보면 왠지 모를 찝찝함이 드는 건 왜일까?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들을 잊고 살고, 거짓부렁을 하고 살아가는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쉽게 잊는 우리들의 과거를 이 소설을 통해 되돌아 보았다면 거짓일까? 386 세대와 같은 심각한 시대적 아픔과 고통을 짊어지지 못하고 살아온(?) 지금의 30대에게도 참 많은 상흔이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에서 살펴보게 되었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적표가 학교에 버젓히 붙었고, 딱따구리 머리와 조다쉬 청바지와 농구화를 신고다녔으며, 다리가 무너지고 비행기가 떨어지는 무수한 사고까지. 우린 정말 너무 많은 것을 잊고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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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0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다기님, 저도 오늘 거짓부렁 했어요. 집에 바쁜 일이 있다고 하고 차 한잔
하고 가자는 말을 사양하고 그냥 왔어요. 안타까운 표정 지으며..ㅎㅎ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