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 나와 당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11개의 시선
오후 지음 / 사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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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작가가의 글을 몽땅 읽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예전에 우연히 이 작가이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라는 책을 읽었지요. 마약이 유통되는 어둠의 경로라든가 마약의 종류, 마약의 효능(?) 등에 대한 잡다하면서도 무지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어서 무지 흥미로웠습니다. 이 작가는 어찌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을까 신기해 하면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뒷부분이 어렵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인터넷 서점에서 떠오른 제목. 역시나 제목이 맛깔나게 느껴집니다. 짧은 단어 안에 임팩트를 넣을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기다 반갑기까지 한 마음이랄까? 작가는 저를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작가를 알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11편의 영화를 매개로 하여 아나키스트로 살아가고자 하는 자신의 삶의 모습을 그야말로 통쾌하고 서술하고 있더이다. 덕분에 아타키스트가 무엇인지도 배우게 되었지요.

5쪽

“아나키즘과 무정부주의는 다른 개념입니다. 무정부 상태를 의미하는 아나키(Anarchy)와, 아나키즘 둘 다 지도자가 없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아나르코스(vapxoζ)에서 유래했지만 같은 뜻은 아니죠.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지배에 대한 저항,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합니다.”

어쩜 전 그가 소개한 영화 11편 중에 본 작품이 하나도 없을까요? 대학생 때는 촌년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하자마자 서울의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못하면서 그 위험한 허리우드(저 때는 위험한 곳이었지요) 극장이며 별별 상영관을 다 찾아다니곤 했는데 요즘은 넷플릭스다 유투브다 창구가 많음에도 다양한 영화는 커녕 보고픈 영화도 못 보고 있지요. 개봉을 안 해서 못 본 것이란 핑계를 대기도 민망한 상황입니다. 결국 보고자 하는 마음과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의 결과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이 글은 4년 동안 작가가 쓴 글을 모은 것이라는데 그의 논리가 너무나 명쾌해서 그의 의견대로 선거도 어서 추첨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 소개된 영화 '소공녀(microhabitat)'(2017)라는 영화는 기어이 다운을 받아 보고야 말았습니다. microhabitat는 '미세하고 작은 것들이 사는 거처'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단어더라구요. 위스키와 담배 한 갑, 그리고 남자친구만 있으면 만사오케이인 여주인공 미소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집을 포기하고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집을 포기한 순간 그녀가 도움을 받고자 찾아간 예전의 밴드를 하던 멤버의 면면을 보면서 나는 어떤 인물에 속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에겐 저마다 소중한 것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지킬 권리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른이 되면 어릴 적 품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사라져야 어른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이 소중하게 품고 있는 것을 어리석다고 멸시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글 속에서 소개한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란 작품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적어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결심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잊혀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면서 제가 어떤 인간인지 반성하고 격려하는 일은 멈추지 않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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