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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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새옹지마라지만, 이렇게 슬픔 많은 인생이라면 살고 싶지는 않을 것 같구나. 등장인물 개개인이 사랑과 연민, 가족애 등으로 버티는 모습을 그리는 가운데 중국 사회가 지닌 모순은 많이 희석된 느낌도 든다. 자전과 펑샤 두 여성 캐릭터도 위화의 판타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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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11-19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별로 재미 없게 읽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아서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좀 과하게 조작된, 소설이야 다 조작된 것이긴 하지만, 하여튼 그런 자국이 많이 나는 거 같아서요.

잠자냥 2020-11-19 09:35   좋아요 0 | URL
<가랑비 속의 외침>이 무척 좋아서 이 작품을 뒤늦게 읽었는데 읽는 내내 좀 의아하더라고요. 푸구이가 자기 인생을 운명이다, 운명이다 하면서 체념하는데 사실 운명이 아니라 선택적인 면도 많잖아요. 일단 도박으로 가산 탕진하는 것도 운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인정 많은 개인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힘든 인생 버텨나간다고 하기엔,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들을 너무 나이브하게 그린 것 같고요(작가가 아마 그렇게 검열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만....). 아들의 죽음을 그렇게 쉽게 용서하는 부모라니 저는 믿을 수가 없네요. 위화가 인간을 너무 희망적 존재로 본 것은 아닌가 싶기도. ㅎㅎㅎ 암튼 <가랑비 속의 외침>이 저는 훨씬 좋더라고요.

잠자냥 2020-11-19 09:3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리고 푸구이 같은 놈한테 제발로 다시 걸어가는 여자라니, 자전은 무슨 백치인가요? ㅋㅋㅋㅋㅋㅋ 위화는 자전이나 펑샤 같은 지고지순 순종형 여자가 이상형인가 봅니다.
 
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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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에 이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을 인화하는 일 자체가 드물어졌다. 어느 날은 문득,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앨범을 뒤적이면서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일은 없겠구나 싶어졌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외장하드 같은 곳에 담긴 사진들은 기계가 바뀔 때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서 사진을 간추려 인화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도덕적 혼란》은 빛바랜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그것도 어느 여성의 한평생이 담긴 낡은 사진첩. 이제는 노인이 된 여성이 자신의 지나간 시절을 담은 사진첩을 꺼내 들여다보며 옛일을 떠올린다. 그 추억은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즐거운 순간도 분명 있지만 못마땅하고 고통스럽고 그 당시는 물론이려니와 지금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여성의 이름은 ‘넬’- 오랜 파트너인 ‘티그’와 아침에 눈을 떠 식탁에 마주한다. 이 노년 커플은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낸 듯 서로에게 무심하면서도 매우 익숙하다. 평온한 한때를 보내는 이들의 일상이 그려지면서 (<나쁜 소식>) 《도덕적 혼란》은 시작한다.

첫 작품을 다 읽고 난 뒤 조금 낯설었다. 내가 이제까지 접한 애드우드의 작품들은 대부분 장편이었고 그것도 주로 《시녀이야기》처럼 SF의 외피를 둘렀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레이스》처럼 조금 먼 시대의 이야기이거나 했다. 그런데 동시대의 늙은 커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이라니, 게다가 별다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어느 평범한 아침의 모습이라니, 이건 단편인가? 아니면 장편의 시작부분인가 그조차도 불분명하다.

조금 더 읽어보기로 한다. 두 번째 작품인 <요리와 접대의 기술〉에서는 느닷없이 세월을 훌쩍 건너 열한 살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녀의 이름은 ‘넬’- 그제야 의문이 조금 풀린다. 앞선 이야기의 노년의 넬과 소녀는 동일인물이다. 《도덕적 혼란》은 바로 이 ‘넬’이라는 한 여성의 삶을 소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순간순간 중요한 장면을 포착해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요리와 접대의 기술>의 소녀 넬은 중년의 나이에 노산을 앞둔 어머니와 외딴 시골집에 단 둘이 남겨져 있다. 아버지는 부재중이고, 출산이 임박한 어머니를 돕는답시고 이 어린 소녀가 태어날 동생에게 입힐 옷을 뜨개질 한다. 벅찬 나이임에도 집안일을 거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소녀는 이 모든 일을 자진해서 즐거이 하고 있을까? 소녀는 왠지 기뻐 보이지 않는다. 출산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대체 아버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저 궁금하기만 하다. 태어난 동생은 예민하기 짝이 없어서 늘 울어대기 일쑤이고, 아이를 달래는 일도 넬의 몫이다. 어머니는 산후우울증인지 아이 돌보는 일도 시들하다. 아니, 다른 집안일도 벅차 보인다. 넬은 여느 아이들처럼 나가서 놀고 싶지만 동생을 돌봐야 한다. 그러다가 자기의 이런 처지에 참다못해 폭발한다. “내가 왜 해야 해요? 내 아기가 아니잖아요. 내가 낳은 게 아니에요. 어머니가 낳으셨잖아요.” (<요리와 접대의 기술>, 49쪽)

대체 이 중요한 때 아버지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이 어린 소녀에게 아이 돌보는 일과 집안일이 떠맡겨 진 것일까 불편한 심기가 일면서 넬에게 자못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울하고 그저 시들시들한 넬의 어머니 모습도 마음이 쓰인다. 게다가 넬의 여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너무나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어서 다루기도 몹시 까다롭다. 열 살이 넘는 나이차이와 극명한 성격차이를 보이는 이 두 자매의 미묘한 갈등은 왠지 평생 이어질 것만 같다.(<머리 없는 기수>), 조금 더 자라 수험생이 된 넬, 좋아하는 남자 친구도 생겼고 영문학에 관심이 싹튼다. 선생님의 가르침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선으로 문학 작품을 파악하는 능력도 있다. 수학처럼 똑 떨어지지 않는 문학이란 과목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는 남자 친구에게 여러 차례 문학을 가르쳐주는 넬. 그런데 서로 다른 관점 때문에, 또는 똑똑한 체하는 넬이 못마땅한 남자 친구의 열등감 때문에 두 사람은 크게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나의 전 공작 부인>). 그리고 이즈음 넬은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주어진 길이 다르다는 것도 깨닫는다. 성차별을 일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것이다.


남학생들은 의사, 변호사, 치과 의사, 회계사, 엔지니어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우리 여학생들은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진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혼을 하거나 노처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성적이 좋다면 이 혼란스러운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어느 정도 미룰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전 공작부인>, 109쪽)


넬은 결혼하느니 영문학을 전공하는 길을 택하고, 대학을 졸업해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단기 계약직으로 살아가는 전문직 여성이 된다(<다른 날>). 그러나 1960년대는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아가며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여성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시대이다. 넬은 다른 여성보다 많이 배웠는데도 결혼하지 않았기에 안정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늘 주변인으로 맴돈다. 그런 데다가 급기야 ‘티그’라는 이름의 한 남자를 만난다. 그런데 이 남자는 어디가 매력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주제에 유부남이다. 넬보다 나이도 훨씬 많다. 그런 주제에 아내 ‘오나’와 이혼하지 않는다. 도망치듯 시골에 집을 얻어서는 주말마다 아들 둘을 불러서 캠프 여행이라도 온 듯이 지낸다(<도덕적 혼란>, <흰 말>). 그럴 때 넬은 처음엔 자리를 비워주다가 나중에는 베이비시터처럼 ‘티그’와 ‘오나’ 사이의 아이들을 돌본다. 사실 넬은 작가인 오나의 편집자로 일하다, 오나의 주선으로 티그를 알게 됐다.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던 오나가 의도적으로 티그에게 넬을 소개했던 것이다. 뒤늦게야 오나가 원했던 게 ‘가정교사’였음을 깨닫는 넬.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렇게 지내던 그들에게도 노년이 찾아오고 마침내 오나는 넬에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온다(<혼령들>). 이때 나는 티그와 오나 이 두 부부에게 치가 떨릴 만큼 진저리가 쳐졌는데(특히 티그), 넬은 그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린 시절처럼 동생 돌보기와 같이 자신에게 부당한 일이 주어졌을 때 “내가 왜 해야 해요?” 반문하는 넬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세월은 넬의 그런 당당함을 앗아가 버렸다. 이런저런 것을 모두 헤아린 다음 결국 넬 자신에게 가장 좋으리라 여겨지는 선택을 한 것이겠지만, 오랜 세월 이리저리 치이며 살다보니 스스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만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더욱이 티그와 함께 살면서 넬과 어머니 사이는 더 회복하기 어려워졌다. 결혼하지 않은 상대와 함께 사는 것을, 그것도 아내가 있는 남자와 동거하는 것을 어머니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넬의 이 인생이 던지는 어두운 그림자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영문학을 선택한 일? 티그를 선택한 일? 티그와 함께 농장에서 살게 된 일? 티그를 고른 일만큼은 분명 나쁜 선택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이런저런 불행과 고통과 ‘도덕적 혼란’에 빠지게 되지 않는가. 물론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에 언제나 좋은 선택만 있을 수는 없다. 뒤돌아보면 후회되는 선택이 얼마나 많은가. 그로 인한 결과도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넬은 그렇게 한다. 자기의 선택이 빚어내는 온갖 결과들을 스스로 감당한다. 그러면서 그렇게 늙어간다. 넬 뿐만이 아니라, 티그도 넬의 동생도, 넬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렇게 늙어간다(<래브라도의 대실패>, <실험실의 소년들>). 생의 끝에 놓인 넬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에서는 왠지 코끝이 시큰해진다. 모두가 그렇게 늙어갈 테니까. 노년의 커플이야기로 시작해, 황혼기에 접어든 부부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도덕적 혼란》은 이렇게 한 여성, 아니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그리면서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평생 붉게 타오르는 유화와 같은 작품을 썼던 작가가 노년에 이르러 남긴 단 한 편의 수채화 같은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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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18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작품 읽어보려고요. 원래 읽으려했지만 ㅎㅎ 잠자냐님 리뷰 읽으니 새로운 세계네요. 새로운 우주가 열리려고 해요!

잠자냥 2020-11-18 21:01   좋아요 0 | URL
넵넵 읽어 보세요~

비연 2020-11-1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야겠네요 ^^

잠자냥 2020-11-18 21:01   좋아요 0 | URL
읽으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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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작으로 이루어진 장편으로 봐도 무방한 소설. 한 여성의 삶이 소녀에서 노년까지 순간 순간 섬세하게 그려진다. (자전적 요소가 강해서) 이런 삶을 살았기에 그런 작품들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애트우드의 다른 장편만큼 흥미롭지는 않지만 나름 의미 있는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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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11-1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다른 작품만큼 흥미롭지 않아서요. ㅋㅋㅋㅋㅋ
이건 패스 하는 걸로....

잠자냥 2020-11-16 14:15   좋아요 0 | URL
옙! 이 책은 확실히 다른 장편들에 비해서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ㅎㅎ
 
누구 발이냐옹 마성의 고양이 힐링 사진집 1
PIE International 지음 / 아르누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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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발페티쉬 환자들을 위한 최고의 힐링책. 가격도 너무 착하........다고 생각했으나 책 받아보니 원래 이게 정가였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냥 환자들은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이 책 사서 내내 힐링하세요. 다른 책 구매할 때 끼워사기도 좋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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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1-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표지보고 심쿵💘했어요ㅜㅜ

잠자냥 2020-11-13 14:28   좋아요 1 | URL
책 속에는 심쿵사진 더 많아요. ㅎㅎㅎ 3천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심쿵 힐링하세요~
 
마니에르 드 부아르 1호 Maniere de voir 2020 -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월간지) 편집부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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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읽을 만한 잡지가 오랜만에 나왔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오랜 구독자였다가 국내 필진(특히 이택광)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구독 끊었는데, 이런 잡지를 내주다니, 대환영. 1차 독자북펀딩에 참여 못해 아쉬웠는데, 2차부터는 믿고 북펀딩참여. 정기구독도 신청했다. 내용&편집&필자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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