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 소비량이 많아져서 알라딘 원두를 사느라 책을 한 권씩 끼워 사고 있다...(엥?) 다른 데 원두도 많이 사 마셔봤지만 나는 알라딘 원두 노예 같기도. 새로운 원두가 나올 때마다 잔뜩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지난 주말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를 흥미롭게 보고나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인 시그리드 누네즈 <어떻게 지내요>를 읽어보고 싶어져서 이 책을 사기로 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결제를 하려는 순간! 이미 구매한 전력이 있다고 알라딘이 친절히 알려주는 게 아닌가. 에에에엥? 놀라서 그 구매 이력을 찾아보니 나원참 2021년에 읽고 나서 버젓이 100자평까지 썼더라능? 책은 그렇게 기억에 남지 않았는지 별 셋을 줬더라. 내 100자평 바로 아래의 다락방 100자평에 달린 댓글을 읽다 보니 나는 이 책의 화자도 그의 친구도 짜증났다고 썼더라. 다락방은 심지어 화자의 친구가 “특히 약 두고 왔다고 다시 갔다 와야 한다고 할 때 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고 털어놨는데.... 영화에서는 화자(줄리안 무어)도, 친구(틸다 스윈튼)도 다 매력적으로 나온다. 이것은 배우들의 힘인가? 심지어 약 두고 왔다고 다시 갔다 와야 한다고 하는 장면에서 틸다 스윈튼 귀엽게 보였어.....! 미중년 두 여배우의 힘인가, 감독의 힘인가. 이 작품은 아무튼 소설보다 영화가 훨씬 좋았다.
산 책을 읽고 100자평까지 써놓고 또 사려고 하는 나... 도대체 우리는 책을 왜 읽는가. =_=
틸다 언니, 약 가지러 같이 가요.. 나 짜증 안 내고 가줄 수 있어요.......
야스미나 레자, <아트>
뮤진트리에서 야스미나 레자 희곡 3종 세트가 출시되었다.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 중에는 <대학살의 신>이 가장 널리 알려진 것 같은데, 나는 이 작품을 연극이 아닌 영화로 인상 깊게 봤다. 그때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을 다 챙겨 읽어야겠다고 생각. 이번에 나온 3종 중 일단 이것부터 읽어보기로. <아트>는 1994년에 발표된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작으로 오랫동안 지속해 온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으로 무너졌다가 봉합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고. <르몽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현대 프랑스 극작”이라고 평할 만큼 대중성도 갖춘 작품.
에드나 오브라이언, <8월은 악마의 달>
지난번에는 은행나무에서 에드나 오브라이언 책이 출간되더니 이번에는 민음사에서 나왔다. <시골 소녀들>도 사두고 읽지 않았으면서 이걸 또 샀네. 에드나 오브라이언은 “오늘날 아일랜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한 소설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이 작품은 “이혼 뒤 비로소 종교적 엄숙주의와 억압적 성 역할로부터 해방되어 참된 자아와 관능을 마주하게 된 여성의 치명적 휴가를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는데, 출간 당시 “인간의 심성과 미덕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아일랜드를 비롯해 여러 가톨릭 국가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단다. 이 언니 책, 툭하면 금서로 지정되네....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럴드 머네인, <평원>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보다 도박사들 사이에서는 베팅 순위가 높았던 제럴드 머네인. 심지어 베팅 사이트에서는 1순위로 꼽혔다던데? 그런 이의 국내 첫 출간작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장 폴 사르트르, <무덤없는 주검>
사르트르는 희곡이 재미있다. 소설도 어떤 것들은 재미있다. 이 희곡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얼마 전 폴스타프 님이 무려 재미있다고, 극찬한 것을 보고 구매. 폴 님께 땡투했는데 책 값이 이렇게 저렴해서,,, 몇십 원밖에 가지 않았을 것 같군요.... 소주 한 잔 값도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몇 방울 값에 보태드리겠습니다....
올루페미 O. 타이워, <엘리트 포획>
부제는 “엘리트는 어떻게 정체성 정치를 (그리고 모든 것을) 포획하는가?” 정체성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엘리트들, 그러니까 이른바 부르주아 계급의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예컨대 캐비어좌파). 이 책의 저자는 정체성 정치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그에 대한 비판의 중심 주제인 ‘엘리트 포획’이라는 현상을 분석하며 정체성 정치 논쟁을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모이라 와이글, <사랑은 노동>
부제는 “산업혁명부터 데이팅 앱까지, 데이트의 사회문화사”- 사랑은 노동 맞다. 그렇지 않은가? 일단 시간과 돈이 꾸준히 들어가는 노동이며, 기쁨 행복 슬픔 질투 번뇌 등등 감정적으로도 여러 가지 면에서 힘겨운 노동이다. 육체적인 면은 더 말할 것도 없고...(엥?) ㅋㅋㅋ 아무튼 이 책 미리보기가 제공되는 페이지까지는 다 읽어봤는데(꽤 길게 보여준다), 재미있어서 구매. 땡투는 다락방에게-
크리스토퍼 로스코,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마크 로스코 회화를 좋아한다(집에 걸어두고 싶어.....;;). 얼마 전까지 페이스 갤러리에서 마크 로스코&이우환 2인전을 했는데, 당연히 그럴 줄 알았지만 마크 로스코 회화는 많지 않았다. 달랑 6점인가 그랬는데... 그래도 좋았다. 이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만 했었는데 전시 다녀온 후, 아니 전시장 나오자 마자 급주문. 도록보다 좋을 것 같았는데, 그 이유는 로스코의 아들이자 30여년 간 그의 유산을 관리하며 전시를 기획해 온 크리스토퍼가 로스코의 작품 세계를 보다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 저작권을 보유한 유족이 쓴 책인 만큼 도판도 풍부.
마크 로스코 전시 전경(페이스 갤러리 제공)
이 책 말고 이런 책도 있다.
마크 로스코,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
이건 마크 로스코 본인이 쓴 거라 또 그 나름으로 의미가 깊을 것 같은데....
다른 때보다 소박한 10월 두 번째 책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