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 거대한 전환 앞에 선 인간과 지구 시스템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정서진 옮김 / 이상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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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의 주장을 집약한 것이 인류세 시대 신인간중심주의의 반휴머니즘이라 할 수 있다.
지질학적인 '인류세'라는 진단은 지구 시스템 자체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운용되고 있고 그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드러난 시대가 인류세라는거. 특히 부정적인 기후재난과 지구 파멸의 미래가 강조되는 것은 물론이다.
인류세라고 진단하는 구체적인 부정적인 문제들은 인류세와 관련된 다른 책들(예를 들어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2050 거주불능 지구>>, <<인류세의 모험>> 등)이 더 상세하고 이 책은 그런 것에 관심을 두고있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은 인류세가 자연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꿔 지구 시스템 자체를 교란하는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으로서 등장한 에코모더니즘이나 포스터휴머니즘 등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되고 있지만 이 책은 오히려 인류세 문제의 책임회피에 관여한다고 진단한다.

물론 각각의 비판적 의미는 분명히 있지만 인간 중심의 유토피아도 디스토비아도 해결의 방법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이 인류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일까?
문제의 정확한 인식과 직면이다.
이와 같은 인류세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고 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가 없다. 오히려 인간 중심이기 때문에 이루어진 시대다. 따라서 이 책은 새로운 인간중심주의, 즉 지구 시스템의 주체로서 책임을 가지는 새로운 인간중심주의에서 이 인류세의 문제를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형용모순처럼 보이지만 지구 시스템의 중요한 주체인 인간과 자연을 모두 중심에 두고 기존의 휴머니즘도 인간외 다양성을 주장하는 포스터휴머니즘도 아닌 반휴머니즘의 측면에서 지구 역사를 바라보고 책임감을 지닐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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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 그리고 저항의 예술 - 은닉 대본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상인 옮김 / 후마니타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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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와 저항 이면의 정치적인 것인 하부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탁월한 저작
가시적이고 제도적이고 자연화된 ‘공개 대본‘의 정치가 아니라 비가시적이고 비제도적이고 비자연적인 ‘은닉 대본‘의 ‘하부정치‘에 대한 심도깊은 관심을 유발하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배와 저항을 한쌍으로 보면 지배가 철저하게 관철되는 사회에서조차 저항은 존재한다는 탁월한 주장에 반해 지배와 저항의 사이, 신자유주의 이후의 계서화된 지배와 저항의 다층적인 모습에 대한 논의에서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 지혜를 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주장의 예는 노예, 농노, 노동자가 중심이다. 지배에 복무하는 사제들, 그리고 수많은 중간층과 피지배 내부의 또 다른 위계화에 대해서는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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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일반적인지혜나 그람시의 분석과는 대조적으로, 급진주의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대다수로 보이는) 하층 집단으로부터가아니라, 마르크스의 개념에 따르면, 허위의식을 가진 집단들로부터더 많이 일어난다.  ...위협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학교(현대사회에서 매우 탁월한 헤게모니적 수단)의 가치를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수용하는 것처럼보이는 ‘동조자들‘ 이었다.  그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내재한 약속(네가 열심히 일하고, 권위에 복종하고, 학교생활을 잘하고, 말썽 피우지 않는다면네 실력으로 졸업할 것이고 원하는 직업도 얻을 것이다)을 수용한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자기 규율과 통제를 위해 스스로를 바쳤고, 배신당하기 일쑤임에도, 나름의 기대를 키워 왔던 것이다.  ...체제는 가장 성공적인 헤게모니 제도에 속해 있는 피지배자들로부터 가장 큰 공포를 느낄지 모른다.
기성종교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은 항상, ...그것에 환멸을 느낀 골수 신자(칼리반)이다. 배신감에서 태어난 분노는 그 이전의 강한 신앙을 암시한다. - 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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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은닉 대본과 강자의 은닉 대본을 비교하고, 두 집단의 은닉 대본을 권력관계에 대한 공식대본과 대조한다면, 지배에 대한 저항을 이해하는 매우 새로운 방식을 얻게 될 것이다.
- P16

공개 대본이란, 거칠게 말해, 지배 엘리트들이 남에게 보이고 싶은 자기 초상화이다...전적으로 거짓과 허위의 실타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단히 당파적이고편파적인 서사다. 그것은 지배 엘리트들의 힘을 단호히 확인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면서도, 그들 내부의 부끄러운 일들은 감추거나 완곡히 표현하는 방식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게끔 고안되어 있다.
하지만 만약 이처럼 잘난 척하는 초상화가 피지배자들 사이에서어느 정도 수사학적 힘을 행사하려면 피지배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에 대해 반드시 얼마간의 양보를 포함해야 한다. 곧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하는 의미에서의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지배자들은 자신들의지배를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사례로 만들어야 하기에, 어느 정도는그것이 피지배자들을 위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지배 권력의 주장은 항상 대단히 편향적인 것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피지배자들의 공감을 완전히 얻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다. - P54

지배의 실천은 은닉 대본을 창조한다. 만약 지배가 유난히 가혹하다면 은닉 대본도 그에 상응해 풍성해진다. 결과적으로 피지배 집단의 은닉 대본은 또다른 하위문화의 형성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방식으로 변형된 사회적 지배 형태가 지배 엘리트의 그것에 저항하는 과정에 의해, 공개대본에 대응한다. 두 가지 모두 권력관계 및 이해관계의 영역이다.
권력 행사의 인공물人工物이라는 점에서는 지배자의 은닉 대본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주어진 지배의 틀 속에서는 이데올로기적 한계때문에 공개 대본이 될 수 없는 언설 - 몸짓, 언어, 관행 을 포함한다. 이 또한 권력관계 및 이해관계의 영역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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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배 집단의 정치적 삶 대부분은 권력자에 대한 공공연한 집단적저항에 있지도 않고, 완전한 헤게모니적 순응에 있지도 않다. 대신에그것은 이런 양극단 사이의 광대한 영역에 걸쳐 존재한다. - P235

우리가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공개적으로 선포된 행위에만 국한한다면, 피지배 집단에게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삶이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그들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정치적 삶은 대중적 봉기라는 예외적 순간에만 한정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게 되면 침묵과 봉기 사이에 놓여 있는, 그리고 싫든 좋든 피지배계급의 정치적 환경에 해당하는, 광대한 정치적 지형을 놓치고 만다. 이는 정치를 조망한다면서, 눈앞에 보이는 해변에 초점을 맞춘 탓에 그 너머의 대륙을 놓치는 셈이다.
위장된 저항의 혹은 하부정치의 다양한 형태 각각은 공개적 저항이라는 요란한 형태의 조용한 동반자다.  - P334

최초의 선포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말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소곤거려야 했고, 억제해야 했고, 참아야 했고, 억눌러야 했고, 숨겨야 했던 것을 마침내 고함치며 말하는 것이다. 만약 그 결과들이 광기의 순간을 닮았다면, 그리고 그에 따라 야기된 정치가 시끄럽고 광적이며,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가운데 종종 폭력적이기까지 하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힘없는 자들이 정치의 공식 무대 위에 올라가 본 적이 너무도 없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할 말과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리라. - P380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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