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 억수같이 퍼붙고 있다.
몇 년째 겪어보지 못했던 물난리가 전국 방방곳곳에 났건만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작자들의 구역질나는 작태는 국민을 외면하고 또 저질러지고 말았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자괴감에 휩싸인다.
그냥 그렇게 보고, 분노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또 희망을 품어야 하는가?
비속을 가르며 오는 길에 들리던 음악소리가 나를 깨운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희망고문'...
희망이란건 정말 우리에게 고문과도 같다.
근대의 속성이라고 하는 양가성을 들먹이기 싫지만 또 그렇게 고개를 끄떡이게 한다.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는 달콤한 환상은 어김없이 비켜간다.
그래도 우리는 또 꿈,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면 희망, 꿈은 애초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아니 명백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는...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서울대를 원하지만 4천명만이 허락되고
수많은 노동자가 자본가이기를 원하지만 1%만 허락되는
그런 철저히 위계열화된 획일적인 사회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이 사회를 유지하고자 하는 1%의 기득권 층은 그런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신화를 만들고 환상으로 장벽을 친다.
너희들도 열심히 살면 나처럼 된다고.
그리고 그렇게 된 사람들을 미디어는 강박적으로 재현한다.
박지성, 김연아, 비, 하인스워드.
이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을 우리에게 심어주는 것이 근대고 권력이고 현실이다.
온갖 권력자들이 아무리 멋떨어지게 선전한다고 해도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방편이며 도구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암울하게 우울하게 옴짝달싹할 수 없이 죽어야만 하는가?
희망은 우리에게 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