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생의 고비에는 마음검진이 필요하다.

* 안주는 안락사다.

* 누구나 예외없이 자기 안에는 까닭모를 눈물이 숨어 있다. 때로 그것을 쏟아 내야 한다.

* 저마다 삶의 형편은 다를지언정 삶의 방향은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는 죽음의 길을 향해 걷는 순례자들이다.

* 삶을 썩게 만드는 것은 아픔이나 시련이 아니라 성공의 이력과 주변의 찬사다. 그것을 흘려 버릴 수 있어야 진정한 삶의 고수다.

* 삶의 기로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먼저 나쁜 자석들을 치우라. 그리고 침잠해서 내 마음의 나침반을 보라.

* 인생 레이스는 속도경쟁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 누구도 패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기는 자는 소수다. 누구나 승리를 소망하지만 누구나 분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삶에서 최고의 매력은 끝까지 하는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이 따로 없다. 끝까지 하면 모두 이기는 거다.

 

이렇게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다. 인용한 글 말고도 밑줄 긋고 싶고 따라 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저자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다른 책으로 그의 스타일을 예상하고 있다가 이 책을 만났으면 하는 이다. 원래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인지... 아니면 산티아고에서의 여정이 다소 감정적으로 만들었는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안주는 안락사" 라는 말을 살면서 많이 생각한다고 다.

안락사 당하지 않기 위해 바쁘게 달려오던 어느 한 순간.

잠시 정차해서 왔던 길을 뒤돌아 본다. 

앞으로 계속 달려야 할 길이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는 잠깐 멈추기로 한다.

가족도, 회사도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아버지, 남편, 직장인의 자리를 잠시 비워야 하는 일이다. 의무와 책임을 대신할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가 필요한 결정이었다.

 

혼자의 몸이 아니어서 훌쩍 떠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려움이 왜 없었을까?

하지만 그는 결정을 내렸고 실행에 옮겼다. 쉽지 않은 결정이어서, 힘든 길이 될 수도 있는 판단이어서 무거워진 배낭만큼이나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 여정에서 깨닫고 새롭게 느끼고,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토해내는 경험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참 부러웠다. 떠날 수 있는 용기도, 실행력도, 주위에서의 협조도. 모두 샘이 났다. 그 중에서 제일 부러웠던 점은 자신과의 대화다. 세상에 나와서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자신과의 조우가 가장 부러운 경험이었다.

 

외로움과 고독함이 주변을 감싸고, 하루종일 걷고 걷는 일이 전부인 날, 거울을 보듯 자신을 대면했을 때의 그 느낌!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가슴 벅찬 경험일 거라는 상상만이 궁금증을 채워 줄 뿐이다. 타인의 것은 수백 번이더라도 단지 읽는 것에 그칠 뿐이다. 내 감정이 아니라서 그저 부러워하는 수 밖에는 할 게 없다. 그래서 샘난다. 그 대상이 내가 아니어서.

 

그럼 왜 산티아고 여야 했나?  왜 그 먼 곳까지 가야했나?

가까운 곳으로 가기에는 자신의 의지력이 의심스러웠다고 했다. 버스나 기차로 다시 집으로 올 수 있는 장소면,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이 습관처럼 집을 향해 갈지 모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산티아고>를 택했다고 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여행을 위한 배낭을 꾸리면서 자꾸 무거워지는 짐들 때문에 좀 더 큰 가방으로 패킹을 다시 하면서 느끼는 깨달음의 고백들이었다. 그 무거운 배낭이 고행의 길이 될 산티아고에서 피로한 발에게 치명적이 될 무게일지를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집착과 마음가짐. 결국 필요없다고 느껴질 짐을 모두 빼내고 처음부터 배낭을 다시 꾸린다.  배낭의 무게뿐 아니라 마음의 찌꺼기, 마음의 비계덩어리도 이번 여정이 끝나면 털어 내고 비워버리고 오리라 다짐한다. 가뿐한 몸과 마음이 되어서 홀가분하게 돌아오리라는 계획을 세우고 출발지점에 발을 올린다.

 

산티아고에 도착해 첫 여정에서 맞닥뜨린 "숙변같은 눈물"이 그 계획을 실천하는 첫 행동이었을 거다. 갑자기 폭풍처럼 밀려온 눈물이었다. 자신도 왜 우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하지만, 자신 안에 고여 있뜨거운 눈물을 흘려 보내누구나 예외없이 자기 안에 까닭 모를 눈물이 숨어 있고, 그 눈물을 쏟아 내야 할 기회를 살면서 한 번쯤은 만들라고 설득한. 뭣 때문에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끝내 머리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참 부러운 경험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