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세계문학의 숲 29
제임스 조이스 지음, 장경렬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고전은 너무 어렵다.  나에겐 현대소설이 편하고 쉽게 읽힌다.

같은 '소설'이라는 옷을 입고 있는데, 이유가 뭘까?

고선소설은 자주 접하지 않아서 일까?

시대적인 배경이나 요구되는 사상이 달라서일까? (지금에 비해 예전엔 좀 더 경직되고 규제가 많은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딱히 시원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아무튼 내게 '고전'은 '도전'이라는 이름으로도 해석된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었다.  하하하하. 도~~전!! ^^

 

 

이 책은 자전적 소설로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아가 채 형성되지 않은 어린 아이의 '스티븐'에서 이십대의 청년으로 성장한 책 마지막 부분의 '스티븐'까지 그의 성장일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의 부모를 둔 스티븐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생활을 한다.  우리로 치면 초등학생 시기를 예수회에서 설립한 학교를 다닐 정도로 일상이 종교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다. 

 

소설속에서 기간이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1~2년 정도 다니던 학교를 도중에 그만두어야 했다.  그 학교가 지금의 우리로 치면 사립학교 정도로 이해되는데,  '중산층'이던 그의 집안이 짧은 시간내에 '극빈층'으로 기울었기 때문이었다.

 

여유롭고 풍족했던 삶이 한순간에 초라한 삶으로 추락한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친구들을 비롯해 남들 눈에 비치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부모들의 우울과 불안함... 사소한 행동 하나도 아이들에겐 예민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스티븐도 불안해하고 의기소침해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혼란한 시기에 그를 위로하는 건 혼자만의 사색과 상상놀이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극빈층의 시간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채, 어느덧 아이는 열여섯이 되었다. 남자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2차 성징의 시기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성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시절이다. 여자에 대한 호기심은 제어가 힘들었다. 이성이 지배하는 낮 시간에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밤이 되면 욕망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내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힘겨운 방황을 계속하다 어느날 낯선 곳에 들어선다.  그 거리에는 화려한 가운을 걸친 여자들이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서 있었다.  그 곳에서의 낯설지만 강렬한 육체적 경험은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 경험은 그에게 너무 큰 시련을 준다.  더 이상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릴 수 없게 되었고, 신에게 큰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과 벌을 받을거라는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무엇보다 불결하고도 비밀스러운 죄를 지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각종 괴로움과 자책감이 그의 온 정신을 지배했다.

 

자신이 만든 '마음의 지옥'은 오랜 망설임과 큰 용기 끝에 고해성사를 통해 풀어졌다. 마음속 깊은 곳에 흔적은 내내 따라다니겠지만 그는 죄를 고백했고, 신의 대리인인 신부님을 통해 용서를 받았다.  모든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되었고, 그는 다시 태어났다.

 

그 뒤로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사는 듯 했다. 종교적으로 더 깊이있는 사람이 되었고 기도와 신앙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사제'의 제의를 받을 정도로 남들의 눈에도 그는 의심없이 신부의 길을 걸어야 할 사람으로 비춰졌다.

 

그가 제의를 받아들여 '사제'의 길을 걸을 수 있을런지...

 

 

그 뒤의 또 다른 이야기는 책을 읽는 사람이 누려야 할 몫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대체적으로 자신과의 대화와 생각의 나열들이 많았다. 제목인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딱 들어맞게 작가 자신의 젊은 날의 기억과 초상들로 가득채워져 있다.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일기를 본 느낌도 들 정도로 작가의 행적과 많이 겹쳐져 있었다.

 

친구와 서로의 가치관과 신앙에 대해 그리고 정치적인 분야까지 대화하는 내용이 조금은 난해했다. 때론 뜬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려 지루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전을 다 읽어냈다는 점이, 그것도 500여페이지가 넘는 책을 완독했다는 즐거움에 많이 뿌듯 했다.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도 한번은 읽어볼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