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쉬운 마음 글쓰기 - 일기, 독서록으로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들의 필독서
이임숙 지음 / 부키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짓기, 글씨쓰기, 글쓰기 라는 말이 있는데 어감과 뜻이 조금씩 다르다. 
- 글짓기는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만드는 것으로 작가나 소설가가 쓰는 글이고,
- 글씨쓰기는 말 그대로 글씨 쓰는 연습을 말한다. 
- 나머지 하나가 글쓰기인데, 이 것은 새로운 이야기를 짓는 것과는 다르게 내 마음이나 내 생각을 표현해서 글로 옮겨 적는 행위라고 보면 된다.  독서록이나 일기가 글쓰기에 해당된다. 
 
아이들은 글 짓기가 아닌 글쓰기인데도 힘들어 한다. 글쓰기가 힘든건, 비단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긴 하다.
글쓰기에 대한 연습이나 요령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저자의 코치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일화가 등장하는데,
처음 두 줄도 힘겹게 쓰던 아이들이 저자와 함께 "마음 글쓰기" 훈련을 받으면서 2주 정도만 지나도 자연스럽게 한 페이지 빽빽하게 채우곤 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마음 글쓰기를 알고 나면 어린아이 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자신없는 누구라도 다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알고 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글쓰기 위한 기본조건을 다 갖춘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크게 반성한 부분이 있었다. 아이의 글을 보고 글씨체가 엉망인거나 맞춤법이 틀린 것은 큰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단다. 잔소리나, 야단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한다는 거다. 정 주의를 주고 싶다면 한참 지난 뒤에 지적을 해주라고 한다.
 
독서록이나 일기를 열심히, 힘들게 써온 아이의 글을 보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데, 글씨가 엉망인 것을 먼저 지적하고, 맞춤법 틀린 부분을 빨간색으로 죽죽~ 수정해주며 다시 써오라고 하면 아이들은 글쓰기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글을 쓸때마다 긴장 하고 야단맞을게 두려워 점점 더 글쓰기를 회피하게 된다.  
 
주연이가 쓴 독서록을 볼때가 있는데, 대충 억지로 쓴 글도 있지만, 어떤 글은 솔직한 마음이 드러나서 재밌다.  일기의 경우에는 책을 요약하는게 아니라 순수한 아이의 느낌이 들어 있어서 더 유쾌하다.  생각지 못한 내용이나 재밌는 표현을 볼 때면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기도 하다. 주연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볼 때마다 신기해서 새로운 글이 기다려질 정도다.
 
그러나 글씨는 악필이다. 주연이의 글을 보는 게 재밌지만, 무슨 글자인지 알아 볼 수 없을때는 눈쌀이 찌푸려지고 짜증이 난다. 조금 더 천천히 쓰면 훨씬 나을텐데, 정성도 안 들이고 억지로 쓰는게 표나는 글을 볼때면 어느새 잔소리가 한보따리 풀어지곤 한다.
아이를 불러놓고 때론 야단을 치기도 하고, 좋은말로 살살 구스르기도 했다. 하지만 악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아이는 글쓰는 것에 조금씩 스트레스를 보이는 것 같았다. 저자가 얘기하던 경고메세지는 딱! 주연이의 경우였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정보를 알았더라면... 글쓰기를 싫어하는 건 전적으로 엄마인 내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엄청 후회하고 있다. OTL.
 
 
한가지 또 아쉬운 점은 요즘 초등학생들 일기 숙제가 없다는 거다. 독서록 숙제는 있지만, 일기는 쓰라고 하지도 않는 것 같고 검사도 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사정을 들어봤더니 계속 논란이 되어 왔던 '사생활침해'니, 아이의 '인권문제'가 결론이 난 것 같다. 아무리 어린 초등학생이어도 인권이 있고 사생활이 있는데,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고 검사 받는게 불합리하다는 결론이 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좀 아쉽다.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난 지금도 일기를 쓴다. 확실하진 않지만 학교때 습관일수도 있고 끄적대는 걸 좋아하는 개인 성향일 수도 있다. 주연이도 일기를 쓰는 습관은 길렀으면 좋겠는데, 지금도 안 쓰는 일기를 성인이 되서 어느날 갑자기 쓰게 될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마음 글쓰기'의 비결은 알았으니, 글쓰는 즐거움의 세계로 주연이만 들어오면 되는데...
반감이 잔뜩 들어있는 주연이에게 글을 쓰라고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좋은 묘책이 없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