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전2권 세트 강풀 순정만화 5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강풀이란 만화작가를 처음 알게 해준 작품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작품이다. 
최근에 영화로도 개봉돼 좋은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특이하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인데 인터넷에서 한편씩 한편씩 읽다가 울어버린 경험이 있다.

’바보’ 라는  작품은 아마 그 이전에 나온 작품인 것 같은데, 강풀이라는 이름만 듣고 관심 갖게 된 만화였다. 
관심을 가지면서 여기저기 후기를 보게 되었고, 강풀표 뭉클하고 순수한 사랑 그리고 감동을 느낄 수 있겠다 싶어 내심 기대가 컸다.   헌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이었을까?  너무 높은 기대의 벽을 넘지 못한 만화였다.  나에게는.

바보 만화책 1권을 펼쳐들고 조금 읽을 시점에...

(남편) 어~  바보 읽네?  그거 아직도 안 봤어?  
            나중에 그 바보 죽잖아. 
(나)  ?????   
         왜~ 그래?   그런 스포일러를 유포하면 어떻게 해?
         나. 이제 1권 요만큼 봤단 말야~~~~!!!
(주연)  죽기는 죽지.  맞아서 죽지.
(나)  우이~~~~C
         뭐 이런 남자들이 다 있어!!!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뒷 얘기가 궁금해도 끝까지 꾹꾹 눌러 참으며 보는 나인데,  절대 뒷장을 펼쳐서 먼저 읽지 않는 나란 말이야~~!!!!  남자들.  진짜 나뿌다! 

아무튼, 그런 우여곡절을 한귀로 흘려 버리고 만화를 읽는다.  중간 중간 뭉클한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초반엔 대체로 재밌다.  바보가 처음부터 바보가 아니었음을 읽는 대목에선 안타까운 심정이 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부터 일어나 동생을 위해 일하는 모습은 어쩌면 바보 승룡이가 아니면 견디기 힘들었을 시간이다.  싫은 내색 한번 하지않고 언제나 ’히히’ ’헤헤’ 웃으며 일한다.  웃으며 사람을 대한다.  샌드위치를 만들며, 10년이나 떠나있는 ’지호’ 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일이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게, 사람을 보며 항상 웃는 일이 전부인 것처럼 바보는 웃으며 기다린다. 

내가 기억하는 내 추억속에 바보는 살지 않는다.  동네에 한명쯤은 있을법하다는 그 바보가 내가 살던 동네에는 없었다. 
만약 바보와 한 동네에 살았다면 함께 말도 섞지 않았을 거고 멀리 멀리 피해다녔을 것 같다.  승룡이도 대체로 그런 대접을 받았지만, 그래도 승룡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친구 상수, 친구 지호, 의사선생님인 지호아빠 그리고 하나뿐인 여동생 지인이.  엄마가 죽기전까지 걱정하던 지인이를 위해 오빠인 승룡이는 모든 걸 다 해준다.  그런데 그런 지인이가 아프다.  바보인 승룡이는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가 나쁘고, 늘상 콧물을 흘리며, 신발을 안 신고 다닌다고 해서, 생활하는데 조금 모자란다고 해서 바보소리를 듣지만.
그가 진짜 바보는 아닐지 모른다.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지만, 거짓말을 일삼고 부모 형제에게 몹쓸짓을 하고, 사기 치고 범죄를 저지르고...어쩌면 그들이 바보같은 삶을 사는지 모른다.  한 번 뿐인 생을 바보같이 허비하다니.

바보 승룡이는 바보가 아니었다.  
평범한 온전한 사람보다 더 마음이 넓고, 속이 깊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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