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섬진강 시인이자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김용택님의 책을 읽었다.

1970년 첫 발령을 받고 교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38년 동안 아이들과 재밌게 놀다가
2008년 8월 자신의 모교인 덕치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고 교단을 내려왔다고 한다.

교단을 내려온지 1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작은 학교 운동장이 그립고,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도 그립다고 한다.

이 책에는 아이들과 지냈던 재미난 이야기와 일화들이 들어있다.
꽃이 피고 낙엽 지고 눈이 오고... 
계절마다 비슷한 풍경일 것 같은데, 그런 자연을 보며 매번 새로이 감탄하는 얘기들도 들어있다.

몇몇 아이가 괴롭힘을 당해 심각하게 제 억울함과 고초를 선생님께 와서 고자질을 하는데,
선생님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런 고자질 하는 아이들까지도 이뻐 죽겠다고 한다.
엄마 없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짠한 마음까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져 내내 포근했다.

아이들의 보호자들인 할머니, 어머니들도 선생님께는 각별한가 보다.
학교라고 해봤자 전교생이 몇 명 안될터이니 그렇기도 할테지만, 
선생님을 둘러싼 동네가 모두 한 가족같은 훈훈함도 느껴진다. 

   
 

 어제는 성민이 할머니가 미숫가루하고 풋고추하고 자두를 보내셨다.
오늘 아침에 대길이가 ’맛동산’ 한 봉지를 가지고 와서 내 앞에서 봉투를 쭉 찢더니,
할머니가 선생님은 6개 주라고 했다면서 나에게 맛동산을 준다.
어제 오늘은 행복했다.

 
   

 책을 읽고 있는 순간 순간이 그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마치 그 시골길에 내가 서 있고, 아이들과 하는 대화를 내 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인것도 같은
꽃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내 눈도 그 꽃을 꼭 본 것처럼 상상하고 있었다. 

   
  (...) 이른 봄에 피는 풀꽃들 중에 봄까치꽃이 가장 선명한 꽃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잎 둘레는 남색이고 속은 약간 흰색이지요. 얼른 눈에 띌 때 보면 마치 까치 몸 색깔 
같아서 봄까치꽃이라 했는지 모르지만 이 꽃의 원래 이름은 개불알풀꽃입니다.
키 작은 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꽃다지는 얼마나 앙증맞은지요. (...)
쭈그리고 앉아 작은 꽃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물 납니다. 정말 눈물이 솟지요.
어떻게 그 작은 몸으로 추운 겨울을 이기고 왔니? 하고 물어보면 대답이 없어 더 눈물 
납니다.
 
   

시골에서 살아보지 못한 나는 어떨땐 참 억울함도 느낀다.
내 부모님이 시골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적에 이렇다 할 추억도 없고, 자연과 벗삼아 뛰어놀지도 않았고,
지금도 벼와 쌀을 구별하지 못하는 나는 참 많은 것을 못해 본 불쌍한 사람이란 생각도 든다.
쥐불놀이도 아궁이에다 불을 때 밥을 해 먹은 모습도, 모를 심는 모습도 모두 영화나 TV에서 본 게 전부다.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는 시인을 상상하며,
책에서 묘사한 예쁜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덤으로 자연을 감상하는 기쁨까지 함께 했다.

따사로운 햇살처럼 내 마음을 포근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