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을 팝니다 - 지구의 미래를 경험한 작은 섬 나우루
칼 N. 맥대니얼 외 지음, 이섬민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9월
품절


얼핏 보면 나우루는 쉽게 피할 수도 있는 근시안적 오판 사례의 하나에 불과하다. 탐욕과 부패, 짧은 안목이 운명을 가르는 거은 온 지구가 마찬가지다. 문제와 해법은 명백해 보였다. 생태계 파괴와 무절제한 자원 소비의 어리석음을 깨달을 때 우리의 행도잉 바뀌고 환경이 지속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리석음이 득세하는 경향이 있다. -18쪽

나우루 이야기는 힘, 개발, 탐욕,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팔아 버린 이야기다. 우리 자신의 과거이면서, 우리의 미래가 될 가능성도 있는 이야기다. 나우루 사람들은 서구인들에게서 글로벌 시장 경제 게임을 배우고는 자신들도 이에 뛰어들었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우리 문화의 '불'이 휩쓸고 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22쪽

나우루는 약 2천 년 동안 천 명의 인구가 유지되었다. 대개는 사춘기 직후에 결혼을 하기는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자녀를 두셋만 낳았다. 수태 후부터 아이가 걸음마를 하는 시기까지 성교를 금기시하는 것 때문에 출생률이 낮기도 했지만,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한 데는 가뭄의 힘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나우루인들은 기후와 생물 자원 여건에 맞춰 수천 년 동안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33쪽

농업이 제대로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인광석.
1899년 당시 퍼시픽아일랜드사는 고품질의 구아노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바람에 인광석의 새로운 공급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 이때 발견된 것이 나우루의 돌 코프라였다. -59쪽

사람들은 싱싱한 생선과 코코야자, 판다누스 열매 등 전통 음식을 버리고 수입 식품을 택했다. 네 시간이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데도 자동차가 보편화되었다. -67쪽

1976년~81년의 자료를 토대로 한 나우루 남성들의 평균 수명은 50년에 미치지 못했고, 태평양의 다른 섬들보다도 낮았다. 사고가 주원인이었다... 더욱이 나우루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만한 편에 속한다. 이들의 당뇨 발병률은 25세 이상에서 30퍼센트, 그 이상의 연령층에서 약 50퍼센트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암과 심장병이 흔하고, 알코올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71쪽

서구의 영향을 받기 전까지, 나우루는 열대의 낙원이어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거주가 가능한 곳이었기에 사람이 수천 년 동안 살았다. -72쪽

열대의 낙원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거친 산호 무덤으로 변했다. 우리의 슬픈 역사는 인간이 자신을 길러 주는 대자연을 무시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온 세상에 통렬하게 보여 준다.
-킨자 클로두마, 나우루 전 대통령-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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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전쟁
반다나 시바 지음, 이상훈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품절


물 부족의 문제는 결국 탐욕, 무분별한 기술 적용, 그리고 자연이 재충전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 물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이 원인임을 알 수 있다. -31쪽

생태적 위기의 해결책은 생태적으로 찾아야 하며 불평등의 해결책은 민주주의로써 찾아야 한다. 물 위기를 해결하려면 생태적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51쪽

물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아홉 가지 원칙-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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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상상하건대, 어쩌면 아버지는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안해서 못 오는 사람, 미안해서 자꾸 더 미안해해야 되는 상황을 만드는 사람, 나중에는 정말 미안해진 나머지, 못난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
-달려라 아비 중-11쪽

약속과 우연과 재난이 이삿짐처럼 사라진 2003년 서울. 빈손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우리에게, 편의점은 기원을 알 수 없는 전설처럼 그렇게 왔다. 시치미를 떼고 앉은 남편의 애첩처럼. 혹은 통조림 속 봉인된 시간처럼. 수상할 것도 없이.
-나는 편의점에 간다 중-32쪽

아버지의 눈빛은 뭔가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의 얼굴답게 건성인 듯 세심했다.
-스카이 콩콩 중-64쪽

나는 나의 첫사랑. 나는 내가 읽지 않은 필독도서. 나는 나의 죄인 적 없으나 벌이 된 사람이다.

나는 자신에 대해서는 '당신들이 모르는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동의하지 않아도 끄덕이는 사람, 나는 불안한 수다쟁이, 나는 나의 이야기,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 나는 나의 각주들이다.
-영원한 화자 중-117쪽

그는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희망에선 입냄새가 났다.
-종이 물고기-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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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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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메구메 해 놓고 가는 밑반찬
-그리움을 위하여 중-11쪽

께적지근한 낙담으로 똥 밟은 얼굴이 되고 말았다.
-그 남자네 집 중-63쪽

살기에 가까운 생기가 넘치는 그곳에는
-그 남자네 집 중-69쪽

나도 따라 울었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나의 눈물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나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
-그 남자네 집 중-74쪽

옛날 집 대문처럼 해달은 널빤지 문
-그 남자네 집 중-75쪽

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 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그 남자네 집 중-78쪽

그런데도 시누이가 어머니가 와 계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야비다리를 치는 소리를 들으면
-마흔아홉 살 중-102쪽

내가 살아온 길은 구불구불하다. 그건 극적인 것하고는 다르다. 극적인 삶은 아마도 푸른 하늘을 선명하게 긋는 비행운처럼 아름다운 직선일 것이다. 먼 곳에서 먼 곳까지의 거침없는 최단거리. 나는 아무리 아름다운 구름을 보고도 감동한 적인 없지만 비행운은 볼 때마다 내 존재의 무게가 사라지는 듯한 일종의 무아지경에 빠지곤 한다.
-거저나 마찬가지 중-156쪽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무가 된 것 같았다. 봄날 느닷없이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직접 진홍색 요요한 꽃을 뿜어내는 박태기나무, 헐벗은 우리 시골 마을에 있던 단 한 그루의 꽃나무였다.
-친절한 복희씨 중-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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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품절


비행하는 방식으로 말하면 그는 호수에 평온하게 떠 있는 보트처럼 양 날개에 가벼운 바람만을 맞는 유유자적한 순간보다 어떻게든 바람을 견제하며 맞서며 떠오르고 내려서는 이륙과 착륙의 순간을 즐긴다. 어쨌든 그는 왜소한 몸뚱어리에 30킬로그램의 책을 끌고 돌아오는 성실한 독서가다. -35쪽

숭례문에 불이 난 다음 날 만난 우리는 최고의 책은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헤어졌다. -정이현과...-57쪽

나는 인생의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숨겨진 은밀하고 희망적인 논리를 믿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신용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부서진 얼굴을 볼 때마다 내 운명에 대한 놀라운 신뢰가 내 가슴속에 자라남을 느꼈다. 전쟁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나는 항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느낌을 가지고 위험과 대면하였다. 어떤 일도 내게 일어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이므로. -로맹가리, 새벽의 약속 중-81쪽

내 뼈의 잔가지들을 훑어서
척추의 둥근 고리뼈를 중심으로
누가 피리 구멍을 내 주세요.
-김승희, 태양의 면죄부 중-96쪽

짐멜에게 인간은 '경계 없는 경계적 존재'였다. 하지만 이런 문의 역할은 이제 변했다. 문이 더 이상 타인에게 넘어오라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부드럽게 손짓하는 세계가 아니라 구획 짓고 밀어내는 세계로 변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고독의 발견이 아니라 고독의 발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139쪽

리허설 없는 이 세상에선 어느 경우엔 머릿속에서 연습된 고통도 도움이 된다. -146쪽

그녀는 아직도 책을 쓰는 일을 책을 사는 행위로부터 시작한다. <비밀과 거짓말>을 쓸 때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샀다. 단편을 쓸 때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들을 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인새ㅐㅇ이 바뀌지 않을 거'란 절박한 느낌으로 소설을 쓰러 집을 나설 때 그녀가 갖고 갔던 책은 세 권이었다. 쿤데라의 <느림>과 친기즈 아이트마토프의 <백 년보다 긴 하루>,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은희경-149쪽

"한 권의 책은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카프카-163쪽

"유목민은 떠나는 자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창조하는 자입니다." -이진경-177쪽

하나의 세계가 우리들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 첫 문장-192쪽

입술을 핥게 만드는 그 달짝지근한 아쉬움. -229쪽

나는 확신이 없는 사람이니까 이미 예술가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중-238쪽

저는 이 색깔을 물들인 옷을 입고 공중제비 재주를 바치며 태평을 즐기면 부족함이 없는 어릿광대입니다. 제발 제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제발 쌀 한 톨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해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제발 곰발바닥 요리마저 싫어질 정도로 부유해지게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발 뽕잎을 따는 시골 여자조차도 싫어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제발 후궁의 미인마저 사랑하게 하지도 말아 주십시오.
제발 콩과 보리도 구별 못 할 정도로 어리석게 하지도 말아 주십시오. 제발 하늘을 떠도는 기운을 살필 정도로 총명하게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중에서도 제발 용감한 영웅이 되지 않게 해 주십시오. ... 제발 영웅이 되지 않게-영웅의 뜻을 세우지 않도록 힘없는 저를 지켜 주십시오.
저는 이 봄날 술에 취해 이 청춘의 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좋은 날을 기뻐하면 부족함이 없는 난쟁이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쓸쓸함보다 더 큰 힘이 어디 있으랴>-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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