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상상하건대, 어쩌면 아버지는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안해서 못 오는 사람, 미안해서 자꾸 더 미안해해야 되는 상황을 만드는 사람, 나중에는 정말 미안해진 나머지, 못난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
-달려라 아비 중-11쪽

약속과 우연과 재난이 이삿짐처럼 사라진 2003년 서울. 빈손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우리에게, 편의점은 기원을 알 수 없는 전설처럼 그렇게 왔다. 시치미를 떼고 앉은 남편의 애첩처럼. 혹은 통조림 속 봉인된 시간처럼. 수상할 것도 없이.
-나는 편의점에 간다 중-32쪽

아버지의 눈빛은 뭔가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의 얼굴답게 건성인 듯 세심했다.
-스카이 콩콩 중-64쪽

나는 나의 첫사랑. 나는 내가 읽지 않은 필독도서. 나는 나의 죄인 적 없으나 벌이 된 사람이다.

나는 자신에 대해서는 '당신들이 모르는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동의하지 않아도 끄덕이는 사람, 나는 불안한 수다쟁이, 나는 나의 이야기,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 나는 나의 각주들이다.
-영원한 화자 중-117쪽

그는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희망에선 입냄새가 났다.
-종이 물고기-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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