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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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언젠가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눈 내리는 새벽에 이 책상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가만히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싶다. 그게 지상에서의 나의 마지막 모습이었으면 한다.-26쪽

길에 버려진 개 두 마리 이야기.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앞을 못 보는 개였다고 한다. 길을 걸을 때면 눈 밝은 개가 항상 뒤에서 앞 못 보는 개를 보호하며 다녔단다. 건널목을 건널 때나 갈증이 나 물을 마실 때면 앞 못 보는 개를 먼저 앞세우고 지켜보았다고. 힘겨울 때면 두 마리의 개는 서로 머리와 머리를 얹거나 배에 머리를 의지한 채 쉬기도 한다고. 앞 못 보는 개가 걸음을 떼지 않으면 뒤에서 따라가던 개도 걸음을 멈추곤 했단다. -52쪽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말로 꺼내기 어려웠던 소중했던 비밀이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 다른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의 상실감.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111쪽

-건축을 하려면 공간을 샅샅이 알아야 해.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다 알아야 한다구.그래야 거기에 미래를 세우지.-153쪽

나부터 독립적이고 당당하길 바란다. 숨김이 없고 비밀이 없으며 비난하지 않는 인간관계를 원한다.-184쪽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지.말.자. 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랍니다.-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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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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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지금 불화로를 얼음조각으로 포장해 놓은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39쪽

인간이기에 인간이 아니었던 시간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망은 정욕보다도 물욕보다도 강하다는 걸 나는 안다.-78쪽

"나는 누구인가? 잠 안 오는 밤 문득 나를 남처럼 바라보며 물은 적이 있다. 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영혼이다. 팔십을 코앞에 둔 늙은이다. 그 두 개의 나를 합치니 스무 살에 성장을 멈춘 푸른 영혼이 팔십 년 된 고옥에 들어앉아 조용히 붕괴의 날만 기다리는 형국이 된다." -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171쪽

역사는 세상의 길 위에서도 흐르지만 인간의 마음속에서도 흐른다. 이 마음의 역사를 소설가가 아니면 누가 기록할 것인가. -신형철 해설 중-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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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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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동이 싫었고, 어떤 사람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살아 보니 그런 일을 겪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은 겁니다. 생의 결이 좋은 추억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작가의 말-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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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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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길이란 걸 깨달았을 때는 이를 악물고 네 몸 속의 온 힘을 다해, 멈췄어야지. -14쪽

엄마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와 둘만 있을 때는 얼마든지 울어도 돼. 그건 네가 몇 살이 되든 상관없어. 백 살 때도 괜찮아. -19쪽

엄마는 아빠가 남편이란 점만 빼고는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결혼에 대처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일종의 미성년자였다나. 아무튼. -137쪽

달리는 인간 에렉투스를 생각해 봐. 과열되면 달릴 수가 없으니 냉각장치가 필요하잖아. 다른 동물들은 단순하게 코와 입으로 숨을 내뿜어서 습기를 내보내 열을 식히지만 에렉투스는 땀샘이라는 냉각장치를 갖고 있었다 이거야. 무려 오백만 개나. 서서 달리기 때문에 열이 머리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겠지? 그래서 특히 이마에 땀샘이 많아. 알겠어? 이마가 반들반들한 건 바로 땀이 아래로 잘 미끄러지도록 하기 위해서. -199쪽

우산과 핸드폰이 그려져 있는 분실물 기호를 가장 재미있어한다.
-저걸 제일 많이 잃어버리나 봐.
뭔가 생각났는지 빙긋 웃는다.
-비틀어 짜지 말라는 세탁기호 있잖아. 어릴 때 내 담요에 그게 붙어 있었거든. 난 담요 위에서는 사탕을 먹지 말라는 뜻인 줄 알았어.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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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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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와 친밀하게 지냈거나 지금 그렇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도 모르게 이미 내가 그들의 신발에 내 발을 가만 집어넣어 봤다는 것을 알는지. -26쪽

새야 새야 녹두새야
웃녘 새야 아랫녘 새야
전주 고부 녹두새야
함박 쪽박 열나무 딱딱 후여-137쪽

조물주가 사람과 짐승들에게 생명을 줄 때 인간에겐 삼십 년을, 다른 동물들에게는 십 년 혹은 이십 년씩을 정해 주는데 짐승들은 한결같이 생명이 너무 길다고 슬퍼했다고 한다. 가장 오래 살 수 있는 기간을 준 인간만이 삼십 년이면 너무 짧다고 슬퍼했다. 조물주는 할 수 없이 짐승들의 생명을 덜어 와 인간에게 보태 주는 것으로 인간의 짐승들의 슬픔을 덜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른 이후의 인간의 나이에는 소가 내놓은 십 년, 돼지가 내놓은 오 년, 개가 내놓은 오 년, 원숭이가 내놓은 삼 년, 그 외의 쥐, 닭을 비롯한 숱한 짐승들이 내놓은 생명이 뒤따라다니는 셈이다.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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