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3년쯤 전이었을 거다. 밤늦게 친구가 찾아왔던 건...
이 친구는 나와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밤 친구의 출현이 생뚱맞다는 느낌이 없었다
전화를 받고 집앞 골목을 나가는데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린 몇 발자국을 앞에 두고 느닷없이 먹먹해졌다.
별로 친하지 않다는 거리감이 갑자기 들이닥친 순간
우린 그렇게 한참을 뻘쭘하게 서 있었고
친구는 "그냥 지나가다 생각이 나서..."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그 친구의 작은 어깨가 슬펐다.
친구의 발자국 위로 하얗게 눈이 쌓였고
올려다본 골목등의 그 눈부신 빛가운데 눈이 춤을 추고 있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했던 그 친구가 잠시 친밀하게 느껴졌었다.
추위에 양손으로 팔을 감싸고 비비며 집으로 들어왔다
그냥 그 뒷모습에 안아줄껄 하는 묘한 후회도 생겼다.
그 후로 난 그 친구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냥 먼 친구로 부터 아주 가끔 흘러가는 소식도 두어번 듣고 끊겼다.
가끔 사람과 사람 사이엔 오작교처럼 잠시 다리가 놓였다 사라지는 것 같다.
그 친구는 아마 외롭거나 심심하거나
그런데 그 날은 마땅히 찾을 친구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눈나리는 날 골목을 비추는 전등을 생각하니 그 친구가 생각났다.
우린 어떤 과정을 통해 친해지고 멀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