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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 (Lucid Fall) - 오, 사랑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오, 사랑' 이라니......난 그가 이런 타이틀을 쓸 줄은 몰랐다. 이 전에도 사랑노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였지만 그건 사랑의 씁쓸함과 그리움이 녹아 있는 일상이었다. 사랑이 아니었다. 가끔 조금 아프고, 그립고, 그래서 또 조금 행복하기도 하고, 또 무덤덤하기도 하고, 시덥지 않기도 하고, 그건 오후의 햇살 속에 부유하는 먼지와 같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넋놓고 바라볼 수도 있었던......
'오, 사랑' 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타난 그는 여전히 단정하며 차분하다. 그러나 그는 보다 편해지고 관대해졌다. 놓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묘한 씁쓸함 보다는 담담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노래나 하는 것 같은 편안함과 넉넉함이 오히려 듣는 사람을 보듬고 다독인다. "힘들었지? 별 거 아니야."라고......
이전 음반에서도 가끔 느꼈던 통기타의 맑은 소리와 나즈막한 그의 목소리는 이젠 온통 앨범을 메우고 있다. 가끔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며, 풍경 소리며, 피아노 소리가 청아하다. 그의 가사는 해가 갈수록 점점 빛이 나는 것 같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그 자연처럼 나도 물이 되고 싶고, 꽃이 되고 싶고, 씨가 되고 싶고, 풀이 되고 싶고, 강이 되고 싶고, 빛이 되고 싶고, 소금이 되고 싶다. 순리대로 그렇게 흘러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