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가림 지음 / 월간미술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내게 그림이나 책이나 주는 감동은 똑같은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색과 모양을 통해서 다가 오느냐 아님 글자라는 것을 통해서 다가오느냐 그 수단만 다를 뿐이다.(그러고 보니 어차피 눈으로 본다는 건 매한가지군...^^) 신기한 것은 시대를 통과하는 사조라는 것에 예술분야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사실일진대 이상하게도 동시대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유독 미술과 문학부분은 이상하게 공통된 그런 느낌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인상주의 그림이 주는 느낌으로 음악을 감상하다가 머리가 곤두설뻔한 기억도 그렇다. 물론 둘사이의 개념적 공통점은 있을지언정 내게 주어지는 느낌은 요상하게도 다른 것이였다.) 어쨌거나 문학이며 미술이며 유독 관심이 많던 분야이기에 그것들이 어떻게 엮어질지가 궁금하여 사 보았는데 이내 내가 손꼽는 몇가지 책이 되어 버렸다.
주로 서로 교감을 주고 받으며 시대정신을 같이 만들어 나간 동지로서 화가와 작가를 한쌍씩 묶어 소개하는 형식으로 18쌍이 수록되어 있다. 피카소와 엘뤼아르, 자코메티와 사르트르, 미로와 브르통, 마그리트와 로브그리에......(1998년 2월에서 1999년 4월까지 월간미술에 연재한 미술과 문학의만남에 6편의 글을 추가하여 낸 책이라니 월간미술을 보신 분들은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미술, 문학 이런식으로 단편적으로만 이해하던 예술의 흐름을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시대를 헤쳐 왔고 또 어떻게 시대에 영향을 주었는지 미술과 문학이라는 씨줄과 날줄이 엮어 어떻게 시대상이란 커다란 무늬를 형성하였는지 친절히 보여주어 덕분에 한분야 한분야만 볼 때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되었고 그림이나 글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고 결국 새로운 해석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아 하나 하나가 오히려 읽기가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어 뒷장이 얼마나 남았는지 자꾸만 흘끗거리게 된다
서로 앙숙관계이며 동지였다던 브루통과 미로...화가이길 꿈꿨던 시인 부르통은 말한다
"쉬르레알리슴 속에 일단 빠진 정신은 소년시대에 가장 좋아했던 부분을 흥분과 함께 재체험할 수 있다 .........................'참다운 삶'에 가장 접근돼 있는 것은 소년 시절이리라"
그러나 그렇게 말해놓고 미로에 대해선 이렇게 비판한다. 요것이 참 재미있다 ^^
"미로의 재능에 있어 유일한 불행은 그의 인격이 유아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미로는 이렇게 대꾸한다
"나는 브루통에 대해서 늘상 어느 정도 경계심을 갖고 있다. 너무나 독단적이고 지나치게 폐쇄적인 사람이었기에, 그는 자유롭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내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회화의 배후에서 여러가지 관념들을 보려고 했다.........................그런데 나는 이론이란 것과는 아예 담을 쌓은 사람이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 때론 지지하고 때론 이렇듯 시기하기도 하고 맞서기도 하고......예술에 대한 열정과 그 묘한 인간사가 뒤버무려져 우리는 이렇듯 정제된 아름다움을 맛 볼 수 있으니, 그것이 재미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