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나날들 - [할인행사]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안소니 홉킨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을 처음 접한 것은 전망 좋은 방을 통해서였다.
그 아름다운 영상과 깔끔한 카메라 구도, 정과 동의 완벽한 조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내게는 충격이었다.

그 후 한참을 잊고 지내왔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남아 있는 나날들’이란 영화에 그의 이름이 있는 걸 보았고
난 주저 없이 그 영화를 선택했다.
기대를 하며, 하지만 또 그에 대한 환상 때문에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맘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역시 제임스 아이보리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더 깊어진 그의 연륜과 세상에 대한 관조의 여유가 느껴졌다.
전망 좋은 방에서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랑의 설렘이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시작할 수 없는 사랑의 간절함과 소중함이 있었다.
그 간절함과 소중함이 그의 영상과 만나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그 때문에 단 한번의 사랑을 놓쳐버린,
(어쩌면 표현하는데 서툴렀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고집과 고뇌를 앤서니 홉킨스는 너무도 잘 소화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도 파티준비를 해야했던
그의 고뇌가 꽉 다문 입에서 느껴졌다.
기차역에서 서로 각자의 갈 길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은,
그 오랜 세월동안 잊지 못하면서도 또 그렇게 그 마음을 접어두고
다시 자신의 길로 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슬퍼서 아름다웠다.

사랑이 난무하여 그 색이 퇴색해 가는 요즈음 한번 더 보고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더 깊어지는 그 사랑의 깊이를 다시 한번 느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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