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슬롭스키의 영화는 모두 고도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 영화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의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답다.
그게 바로 그의 세계이며 또한 매력이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도 그러하다.
그 특유의 섬세한 영상 미와 절제된 대사의 조화는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인생의 답을 더욱 명확히 두드러지게 한다.

소녀 둘이 한날 한시에 동구와 서구에서 태어난다.
둘은 얼굴, 성격, 심지어 지병까지 똑같이 타고난다.
둘은 서로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감지한다.
어느 날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를 보게 되고,
한 소녀는 전차를 타고, 한 소녀는 길에 서 있다
서로를 보는 순간 달려가고, 그 때 거칠게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
유리창 하나를 두고 서로를 응시하던 눈,
혼란스런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후 동구에서 태어난 소녀는 지병인 심장병으로
노래하다 죽고 (그 노래 소리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소름이 끼쳤다.)
서구의 소녀는 그녀에 대한 연민을 느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하는데....

1인 2역의 이렌느 야곱도 잊을 수가 없다.
그녀는 나중에 또 다시 그의 영화에 출연하는데
’레드’라는 영화 포스터에서 빨간색 배경을 뒤로하고
찍혀있던 청순한 그녀의 옆모습을 모두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어쨌든 누군가 키에슬롭스키의 영화에 대해 평하길 인생이 안 보일 때 보면
해답을 주는 영화라 하듯이 그의 영화에는 인생에 대한 성찰이 있다.

사실 여기서 동구의 소녀와 서구의 소녀는
동구세계와 서구세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냥 나의 개인적 관점에서 나머지를 해석한다.

서구세계가 동구를 의식하고 감지하는 것을
두 소녀의 감정의 교류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짧은 만남, 서로를 수용할 계기를 이야기한다.
데탕트의 무드라고나 할까?
그러나 동구의 소녀는 죽고 만다.
서구의 물질만능의 급진적 이념이 동구의 정신을 질식시켜 버렸다.

그의 영화는 항상 어렵게 느껴진다.
그건 그의 영화에는 항상 상징이 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아름답다.
그가 너무도 세심하고 탁월한 미적 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색상... 소품까지도 세심하다.
그리고 그의 영화는 항상 솔직하다.
너무 맑아 가끔은 우울하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서 우리는 인생을 바라보게 된다.
관조의 시선으로... 그것이 우리를 편하게 하고,
쉽게 해답으로 접근하게 한다.
굳이 그의 상징적 표현을 모른다 하더라도 그의 영화가 아름답고
빛나는 이유는 여기 있을 것이다.
그가 죽고 이렇게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그를 잃은 것은 영화 팬으로서 너무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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