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 엑스 - [할인행사]
레오 까낙스 감독, 기욤드 빠르디유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즈 와이드 셧을 보고 내가 느낀 것은
도대체 내가 본 영화가 좋은 것이었는지 아니면 나쁜 것이었는지조차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느낌은 레오 까락스의 폴라엑스를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딱 한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이 두 영화 모두 외설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예술인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도무지 정리가 안 되는 기분을 느꼈던 건
아마도 내게 이런 상황을 판단할만한 가치기준이 없었던 탓일꺼다...
생각해 본 적 없는 생소함.....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폴라엑스라는 영화는 내게 슬픈 느낌과
계속되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나쁘지 않다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언젠가 내 생각대로의 폴라엑스를 써 보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기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그리고 깊이 생각하기 싫었던 탓도 있을꺼다..)
까마득히 잊혀져만 갔다...
하지만 아이즈 와이드 셧은 또 다시 내게 똑같은 느낌을 주었고(도무지 정리가 안되는...)
내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폴라엑스는 레오까락스 영화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의 생각이 퐁네프의 연인들에서는 희망적인 반면
폴라엑스에서는 절망적이다 못해
파국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형태로 표현된 것이 달랐을 뿐...
그러나 그 두 영화를 보는 세상의 시각은 그를 천재로 바보로 논할 정도로 달랐다...
그건 세상이 받아들이기 힘든 도덕의 파괴에 대한 것 때문이었을까?
아님 너무도 절망적이고 음울한 영화의 빛깔 때문이었을까....
레오까락스의 영화에는 항상 상처받은 젊은 영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표현 방법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는 실명위기의 화가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부랑아가 나오고
폴라엑스에서는 아버지와 조국 땅으로부터 버려진 소녀와
부모의 이중인격에 상처받은 그 소녀의 이복동생이 등장한다...

상처받은 여인의 암울하고 병적인 모습이 자신의 부모의 탓이라 생각하며
홀린 듯이 그녀를 따라 나서는 이복동생....
그는 촉망받는 작가이며 유복한 가정에서 그 넉넉함을 누리던 자였다...
(그 여인과 만나기 전의 그의 생활은 그의 넘치는 행복감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눈부시게 하얀빛과 옅은 세피아톤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 하며 세상의 어두운 면을 바라보게 된 그의 필체는
점점 그 어두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 글을 읽은 편집자는 그의 글이 너무 어둡다고 그 글들을 외면하게 된다.
(마치 퐁네프의 연인들에 열광하던 관객과 평론가들이
그의 이 음울한 영화를 외면하듯이...)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며 분노하는 그...
그리고 그런 그가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하는 그녀...
(여기선 어둔 초록색과 창백한 파란색조가 절망스럽고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들은 서로에게 위안을 주려 할수록 더욱 더 상처만 주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마침내 그는 살인까지 하게되고 미쳐서 끌려가게 된다.
그녀도 못 알아보고 넋이 나간 그를 보다못해 그녀는 차에 뛰어드는데...

퐁네프에서는 서로에게 위안을 주며 희망적인 방향으로 나갔었는데...
왜 그는 갑자기 희망을 버리고 절망을 택해야했나....
그는 왜 비난을 무릅쓰고 근친상간과 살인, 자살 등의 극단적 표현을 해야만했나?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상처받은 사람들...
그들이 퐁네프의 연인들에선 그 상처를 서로 위로 해주며 잘 극복했던 것과는 반대로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파멸해 가는 모습으로 그려졌던 건
레오까락스가 본 이 사회가 상처받은 이를 사랑하기보다는
비난하길 좋아했던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나도 항상 비난하는 쪽에 서지 않았었나...)
때문에 숨을 곳을 잃은 그들은 더욱 더 서로에게 집착하게 되고
그 상처를 극복할 힘마저 잃게 되어
그들 자신도 서로를 파멸시킬 수밖에 없지 않았었나...
아무튼 내게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비난의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슬픈 기억으로 자리잡아가는 영화였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기는 싫었지만(제대로 정리 할 수 없을꺼라 생각되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꼭 감상후기를 써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언젠가 아이즈 와이드 셧도 이렇게 정리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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