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2disc) - 할인행사
허진호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봄날은 간다라는 타이틀...
가버린 봄날의 잔향이 가득 묻어나는 음악... 
정말 가버린 봄날을 그리는 마음처럼...
영화는 그렇게 아련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시작되었다...
사운드 엔지니어와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로 만나게 되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직업 덕분에...영화는 아름다운 소리와 경치로 가득 차 있었다...
덕분에...나는 대나무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좋다는 걸 처음 알았고...
무성한 댓잎 사이로 산산조각나던 햇빛이 그렇게 어지럽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또 산사에 내리는 눈과 풍경소리...그리고 계곡에 흐르는 물... 파도...
사랑을 잃은 남자 주인공이 찾아낸 보리밭에 일던 바람소리...
모두가 아름다운 장면이며 소리였다...

하지만...내가 2시간동안 이 영화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건...
그 아름다운 풍경이나 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영화를 풀어나가는 허진호... 그 특유의 시선 때문이었다...
말없이 피고 지는 수많은 꽃들처럼...
바람에 떠는 무성한 그 푸르른 잎들처럼
어느새 황금색으로 물들던 그 넓은 들처럼...
강요하지 않는... 그래서 어쩌면 놓치기 쉬운...그 계절의 변화와 같이...
그는 사람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변화들을 자연스레 풀어가고 있었다...
또 그의 인물들이 현실과 얼마나 많이 닮아있던지...
술 먹다 길가에 바보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전화하는 남자 주인공이나...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두 주인공들의 표정 때문에...
난 영화 내내 기억의 부딪침에 쓴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사랑이 다른 모습으로 얼굴을 바꾸는 걸...
(자신 없어함도 그녀의 또 다른 사랑표현이었으리라...)
남자주인공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비 오는 날 유치한 지난날 사랑노래를 고래고래 불러대고...
갑자기 집 앞에 찾아가거나 그녀의 차를 긁어댄다...
그렇게 절망해 있는 그에게... 화창한 어느 날...
그의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버스와 여자는 잡지 않는 거라고...
할아버지의 젊었을 적 모습만을 기억하시는...
정신이 혼미하신 분이셨는데...
그 순간만은 정정하시던 모습에....난 그런 착각이 들었었다...
혹여... 할머니께선 죽음을 앞두시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만 가져가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그래서였나...대문을 나서는 할머니의 연분홍색 한복이 얼마나 눈부시던지...

영화에서 말하려고 하듯이...
봄이 머물 수 없듯 사랑도 그렇게 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있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봄의 찬란함이 세월의 일부이듯...사랑도 추억이란 이름으로...
삶의 일부로 남기는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설픈 사랑이든... 자존심에 어긋나기만 하던 사랑이든 말이다...
다친 손을 흔드는 은수의 행동으로...
상우의 녹음 테입에 남은 은수의 콧노래로...
그렇게 그들의 사랑이 그들 속에 남듯이...
또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가 내 마음에 여운처럼 자리잡듯이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노 2006-08-2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볼때는 그저 그랬는데. 보고나서 계속 머리에, 마음에 남는 묘한 매력을 가진 영화였어요. 사운드트랙을 엄청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