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pin Valse Op.69 No.2 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여전히 내맘을 설레게 하는 그... 남들은 모짜르트나 베토벤을 먼저 시작했지만... 피아노 선생님은 내겐 쇼팽부터 시켰다... 모짜르트나 베토벤을 치기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이유였지만 난 상관이 없었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였으니... 오히려 내겐 횡재였다... 그리고 악보를 받는 순간부터 배우는 것과는 상관없이 몰래 Nocturne Op.9 No.2를 연습하기시작했다... 선생님께서 아시면 욕을 바가지로 먹으며 흠씬 두들겨 맞을 일이었지만 사실 싫어하는 피아노를 계속 배웠던 이유가 바로 그 음악이었기에 난 몰래몰래 연습을 계속했다... 지금도 그때의 어설픈 연주가 습관으로 굳어져 여전히 그렇게 어설프게 쳐대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 어설프게 치면서도 칠때만큼은 차암 행복하니... 연주로 밥 벌어 먹는 처지도 아니고 요상하게 들리는 건 내 상관할바 아니다...
그의 멜랑꼴리한 어쩐지 부잣집 마나님의 삼류드라마 취향같은 왠지 드레스 하나 걸치고 손수건 하나 쥐어짜며 홀짝거리며 들을 법한 그의 음악은... 나를 꼼짝 못하게 한다... 어쩌면 내 취향자체가 그러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난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좋아하고... 모네나 샤갈을 사랑하며... 비오는 날 창에 붙어 커피냄새나 킁킁거리고 촌스런 보라색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딱 골빈듯하기도 하고 지지리 궁상스러운 취향이다...
어쨌거나...다시금 그의 음악 한 자락에 또 정신 못차리고 겔겔거리는 것 보니 유치했던 중학생시절과 달라진 건 하나 없다 싶다... 그리하여 또 쇼팽왈츠를 찾아 무료악보 검색을 시작한다... 또 어설프게 치고 만족할테고 행복해 할꺼다... 연주자도 아니니... 그까디꺼...그냥 대충...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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