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콜걸과 그녀의 재단사와의 사랑... 여전히 그는 삼류 취향의 소재를 가지고 너무나도 놀랍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낸다... 젠장...그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재주를 가졌다...
그의 영상은 여전히 너무 아름답다... 허나...그의 영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른 영화와는 틀리다 번지르르하게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서 뻔하게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닌... 그저 평범하고...오히려 촌스러워 보이는 것들로 채워 아름답게 만드는...정말 특별한 재주 때문이다... 그래서 독특하게 아름답다... 그런면에서 그의 영화는 최영미의 시와 닮은 것도 같다... 닳디닳은 허름한 것을 치열하게 느끼게 만드는... 그들의 열정이, 재주가 부럽다...
초록색 촌스런 벽지에 주홍빛 장미... 완전히 클로즈업된 빗방울이 튀던 바닥... 낡은 탁자 사이...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다리... 모든게 슬프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정말 슬펐다...
솔직히 영화를 보다 섹스하는 장면이 나오면...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어색하다... 그러나 침도 삼킬수 없는 그 긴 시간이...너무 싫다... 그래서 난 항상 이 시간이 빨리 지나고 다음 줄거리가 전개되었면 하고 컴컴한 영화관안에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나...
섹스가 그렇게 슬프다는 건... 그 장면을 보며... 시간따위는 생각할 틈도 없이 그렇게 혼자 내내 훌쩍거리긴 또 처음이다... 왕가위...그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자긴 너무 친절해'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내게도 꼭 존재할거라고 그런 사랑을 꿈꾸던 솔로시절엔 그 사랑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내게 그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먹이고 입히고 가끔 잔소리도 해줘야 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을때... 또한 그에게 내가 너무도 소중하고 간절해서... 항상 애절한 먼가를 눈에 품고 있으리라 믿었던 그게... 그저 여자애의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때... 그래서 아무리 부정하고 부정해보려해도... 그게 더 이상 되지않는 그 순간... 난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세월이 지나면 더욱 억척스럽고 수다스러워질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더욱 소중하다... 터무니없는 소망과 대리만족... 젠장...그의 영화는 밤에 한 잔씩 홀짝대는 술과 같다...
신파...
그는 이제 신파를 만들기로 작정을 했나 보다... 예전의 그의 사랑은 항상 담담했다... 그래서 아름다웠다... 그러나...이젠 너무 신파스러워서 아름답다... 난 이제 꿈많은 솔로가 아니고... 그 신파의 힘을 안다... 그래서 그 마지막 장면이 어색하며 역겨운 뭔가가 아니라...슬픈 뭔가가 되고... 끝날때까지 훌쩍거린다...
슬펐다...정말이지...너무도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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