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한치의 모자람도 없이
그를 사랑하는 날 부끄럽지 않게 하는...
세련됨...
허나...난 이제 더 이상 그의 세상을
꿈꾸지 않는다...
더욱 느끼해져 버린 양조위의 입가에 머물던
냉소적인 웃음때문인지...
사랑은 타이밍이라며 내뱉던
그 닳고 닳은 사랑의 속됨때문인지...
집창촌처럼 온통 빨갛던 열차안 조명때문인지...
아니면 속내를 다 보일만큼 간절한 바보같아 보이고 속쓰린
장쯔이의 사랑때문인지...
보는 내내 아팠던 내 몸때문이었는지...
난 이제 더 이상 그의 영화에 몰두할 수 없다...
그는 소외의 거대한 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랑을 생긴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줘왔다...
심지어 그것이 낳은 다른 감정들까지도 모두
그저 담담히 수용했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대할때면 나는 미치도록 부끄러웠다
허나 이제 그의 영화 주인공의
담담하고 솔직한 말투엔 사심이 잔뜩 끼어버렸다...
이제 그는 멀미나는 현실이다...
게다가...자존심이 상할 용기보단...
역시나 사랑은 타이밍이라며 얼버무린다...
역했다...그 소심함과 변명뿐인 치사함의 절정에서...
나 자신과 대면한 순간...
아픈 몸은 더욱 더 치를 떨었다...
아름다운 영상은 너울대며...
그 화려한 색감만큼이나 사람을 어지럽힐 뿐이였다...
'그리고 10시간후...
그리고 100시간후...
그리고 1000시간후...
그 로봇이 고장나서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때문이였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그녀가 일본인을 먼저 사랑하지않았다면
자신을 사랑했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암시...
그의 영화를 기다리는 것...
10시간이든...100시간이든...1000시간이든...
사실 난 이제...더 이상
그의 영화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내 빈시간과 맞으면 그뿐...
내 감성이 고장나서도...
그의 영화를 사랑하지 않기때문도 아니고
다른 영화를 사랑하기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난 그의 영화와 소통하는 방법을 잊었다...
난 그의 영화에서 더 이상 따스함을 느낄 수 없다...
그의 영화는 이제 내게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