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20일 흐림 아직 비는 안 오나 곧 내릴것 같음
언제나 항상 쓰려고 하면 좋은 글감들이 머리에서 날아가버린다.
코감기로 인해 머리가 멍하다.
하긴 난 매일 머리가 멍하지.
추석 전 날 음식하고, 큰 시누이 식구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방 치우고 설겆이 하고 늦게 잔데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차례 준비하다보니 체력이 떨어졌나 보다.
반지의 제왕 3편을 보았는데, 처음 볼 때랑 느낌이 달랐다. 일단 본 내용을 또 보려니 약간 지루함을 느꼈고, 이것저것 딴 일하다 보니 몰입이 안되었다. 하지만, 프로도의 엘리야 우드가 정말 마음에 사무치는 표정을 보여준 것은 그 날 처음 본 듯 강렬했다. 천진난만한 환한 미소로 원정대 친구들을 하나하나 볼 때와 같이 죽도록 고생하고 살아온 샘을 볼 때의 기쁜 표정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와 닿는다. 언제인가 TV에서 공포 영화를 해 준 적이 있다(그때 그때 기록해야 하는데, 기억하겠지 하고 그냥 넘어가버려 제목도 기억 안나고 언제였는지도 모르겠고 중간 중간 장면만 조금 기억난다. 아마 혼자 보느라 무서워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았던 것 같다.)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들어가 무차별 살육을 저지르는 영화였다. 외계인이 누구고 지구인이 누구인지가 안드러나서 친구들끼리 의심하고 방심하다 죽고 하는 영화였다. 거기에 엘리야 우드가 출연한다. 엘리야 우드는 키가 작아서 그리 눈길을 끄는 타입이 아니였고, 천방지축 깐죽거리는 역으로 나왔다. 반지의 제왕에서 카리스마 만땅이던 그가 이공포 영화에서는 허접한 역으로 무게감 전혀없이 나와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