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경제학 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오딧세이 1
황유뉴 지음, 이지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우선 한줄 평

- 내 이럴 줄 알았지.

 

 

 이 책이 선정되기 이전에 이 책에 대한 목차를 훑어봤었다. 목차로 미뤄보아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해 방대한 분량을 다루고 있음에도 정작 책의 분량은 35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350페이지라고 하면 많은 분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이 책의 목차를 본다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량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받아 든 책은, 내가 미처 살펴보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이건 청소년을 상대로 나온 책이더라.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그럼 청소년을 상대로 경제학에 대해서 얼마나 잘 이야기 하고 있는 지를 살펴 보자.

 

 휴,,이 책이 결정적으로 나에게 미움을 받은 것은 이 책은 청소년 용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에 대해서, 경제학의 역사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인데 우선은 개념 설명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을 자세히 잘 풀어서 설명하지를 못했다. 내가 봐도 어렵다. 단 몇 페이지에 한 경제학자와 그 경제학자가 쓴 논문, 어떠한 법칙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것은 심히 어려운 일일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그 인물에 대한 배경설명과 그 인물이 주장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만 다루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인물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어떠한 경제학적 개념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다루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도 저도 아닌 와중에 이것도 저것도 어중간하게 다루어 놓아서 정작 쉽게 잘 풀어서 설명해 놓아야 했을 부분에 대해서는 적당히 넘어가 버려 독자의 이해를 돕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부분인데, 학교에서 경제학 부분에 대해서 가르칠 일이 있을 경우,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기 이전에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잠깐 재밌는 일화를 드는 경우가 있는 데 그럴 경우에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데에는 이 책의 유효성이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이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용 책이구나라고 확실히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은 책 중간 중간에 박스 모양으로 해서 그 안에 고등학생들의 교과서에 나올 만한 내용이랄까, 교과서 속의 삼화과정이랄까, 그런 느낌의 글이 담겨 있는 것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역시, 청소년 용이구나 하고 느끼게 해 주었다.

 

 청소년들에게 경제학의 흐름에 대해서 개략적인 설명을 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그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점이 이 책의 결점이다. 이 책 보다는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으나 '세속의 철학자들(로버트 하일브로너)'을 읽는 것이 시간 대비 더 효율적인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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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주영 옮김 / 아고라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미 제목에서 말해주고 있듯이 이 책은 마릴린 먼로와 그녀가 받았던 정신상담,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곁들여서, 주인공이 마릴린인 까닭에 헐리우드에서의 영화촬영이야기들도 간간히 나오고 마릴린의 애인들의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헐리우드라는 화려한 곳을 배경으로 마릴린 먼로라는 자극적인 여배우와 그녀의 죽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을 지도 모를 정신분석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전지식 탓에 이 책이 무작정 흥미로왔다. 마구마구 재밌을 것 같고 이야기의 호흡도 빠를 것 같고 뭔가 숨겨진 뒷 이야기로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것도 같고. 하지만, 아니올씨다였다.

 

 이 책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나는 마릴린이라는 사람을 생각하며 가슴이 먹먹해져 한번씩 책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어렸을 때 전 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생각했어요.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내가 누구일까 곰곰이 생각하곤 했죠.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정말 나일까? 누군가가 대신 날 쳐다보는 건 아닐까? 내 행새를 하는 누군가가 날 쳐다보는 건 아닐까? 전 춤을 추고 얼굴을 찌푸려봤어요. ㄱ울 속의 제 모습도 똑같이 따라하나 보려고요. 전 아이들은 모두 상상 속의 세계에서 산다고 생각해요. 거울은 영화처럼 신기해요. 특히 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연기할 때 그런 기분이 들죠. 엄마 옷을 입고 엄마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엄마처럼 붉은색 립스틱과 볼연지를 바르고 눈에 검은색 아이라인을 그렸을 때도요. 그런 제 모습이 분명 섹시한 여자가 아니라 어릿광대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사람들은 그런 절 보고 웃었고, 전 울었어요. 이 모두가 진짜인지 환상인지 궁금했어요. 캄캄한 어둠 속 커다란 스크린 위에 비친 장면들은 행복이자 불안감이었어요. 하지만 스크린은 거울로 남았죠. 나를 보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정말 나였을까? 어둠 속에 있는 어린 소녀인 나? 아니면 다 큰 여자처럼 보이는 희미한 그림자였을까? 나의 그림자? 전 그것들이 항상 궁금했어요." -p181

 

 

 이 책은 시간순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다. 1962년의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과거로 가 버리고

또 미래로 가 버리기도 한다. 도대체 이러한 배열의 패턴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그 고민의 대한 답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닫을 때 쯤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마릴린의 인생일지처럼 엮여진 이 책은 시작에서 마릴린이 죽었다는 것은 알려주지만 구체적인 정황까지 자세히 알려 주지는 않는다. 만약 시작부터 그렇게 마릴린의 죽음을 상세하게 다룬 후 나머지 이야기들을 했다면 이 책은 누가 마릴린을 죽였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1962년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마릴린의 인생일지를 써 놓았다. 그 시점에서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심정이었는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마릴린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마릴린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했는지를 써 놓았다.

그리고 책이 끝날 즈음이 되서야 마릴린의 죽음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전에 이미 독자들은 마릴린의 인생을 들여다 보았기에, 저마다 이건 자살이다, 타살이다, 누가 의심이 된다, 등의 생각들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왜 죽었을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책의 저자는 누가 마릴린을 죽였는지가 아니라 왜 마릴린이 죽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듯이 나는 마릴린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게 아닌 듯한 마릴린의 모습이 더 가슴에 사무쳤다.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어린아이. 남들에게 미움을 받을까봐 어떻게 하면 남들이 기뻐할까 생각하며 마음 졸이는 어린아이. 그래서 벗으라면 벗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남자들에게서 찾고 끊임없이 약물에 의존하고 자신의 존재증명을 위해 일부러 촬영시간에 늦고, 사람들이 자기를 기다려 주어야지만 자신을 원한다 생각할 정도로 자신감도 정체성도 없었던 마릴린. 설사 이 모든 게 그저 마릴린이란 한 인간이 불우한 어린시절을 겪었고 그걸 이겨내기엔 마릴린의 힘이 부족했고 설상가상으로 세상은 마릴린을 섹스심벌로 팔아치우고 마릴린의 정신병과 결탁하여 끊임없이 마릴린을 소모한 탓이라 할지라도 마릴린이라는 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삶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네요.

 정작 내가 원하는 건 죽음인데."

-p239 (마릴린이 쓴 시)

 

 

 이런 시를 쓸 수 밖에 없었던 마릴린.

그녀의 생전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 한편 조차 본 적이 없다 할지라도 이런 마릴린 앞에 내 심장은 멀쩡하지 않았다. 부디, 그녀가 평안히 잠들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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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 서정윤의 홀로서기 그 이후
서정윤 엮음, 신철균 사진 / 이가서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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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정윤 시인이 직접 고른 시들로 엮여져 있다.

엮은 시집이지만 서정윤이라는 이름을 내 걸고 책을 낼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고른 시 옆에 그의 감상을 곁들여 놓았기 때문이다. 평론은 아닌, 감상.

감상이지만 그 시에 대한 감상 뿐만 아니라 그 시를 읽고 파생된 생각들의 정리이다.

그리고 흑백으로 된 사진들이 곁들여져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서정윤이 시를 읽고 쓴 글들에 동의할 수도 감동을 받을 수도 없었다는 것일 거다. 시점이 독특하다던가 해서 재미있지도 않았고, 사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어서 곱씹을 만 하다던가 하는 점이 없어서 나로서는 흔하디 흔한 시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게다가 나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도 않는 감상을 계속해서 읽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작가의 감상에 동의 하면서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차피 좋은 시들로만 엮인 시집이니 한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란 생각이다. 흔하디 흔한 책들 중의 한권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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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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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라는 책을 덮은지 꽤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춘희가 벽돌에 그려넣은 그림이다. 그리고 그림을 시로 표현한 것. 그리고 좀 더 기억을 해 보자면 춘희가 코끼리 등에 타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장면과 고래 모양의 영화관과 그 영화관에서의 라이타와 그 라이타를 금복에게 쥐어준 남자와 그 남자를 기억하자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고래와 같이 비대해진 남자와 그 남자를 기억하자니 또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생선장수...등등, 이 책은 이렇게 인물들과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이게 이 소설의 매력이랄까. 엇, 이런 이야기이군, 이게 이 책의 주된 이야기이군, 이 사람이 주인공인가? 하면 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다른 인생이 펼쳐지게 된다.

 

 하지만 고래 뱃 속에서 아무리 뛰어 놀아 봤자 고래 뱃 속일 뿐이듯이,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도 결국엔 금복이라는 여자의 일생과 그녀의 딸 춘희로 요약된다.

이 책은 춘희로 시작해서 춘희로 끝이 나지만 많은 분량을 금복에게 할애하고 있다.

금복을 이야기 하기 위해 그녀의 남자들이 등장해야만 했고, 애꿎은 노파가 등장해야만 했고, 그 노파의 딸도 등장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금복에게 재정적인 기반이 되어 주었고, 금복은 벽돌공장과 극장을 지을 수 있었다. 또 그리고 그 속에 춘희가 있다.

 

 작가는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애초에 말하고자 하는 것이 없었을까? 그냥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어,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되었네? 하는 느낌이 책이었지만 굳이 말을 해 보자면 이 작가는 **의 법칙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 법칙들을 적절한 상황 속에서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의 법칙들로 인하여

이 책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서 우리 삶 속의 이야기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작중 화자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이 작중 화자는 때로는 PD수첩의 기자 같기도

했고 때로는 스포츠 중계의 해설자 같기도 했다. 작중 화자의 유쾌한 입담이 있었기에 세상에 깔리고 깔린 이야기들을 적절히 엮어 놓은 책이었음에도 지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작가의 잔인이 섞여 있었음이기도 할 것이다.

 

 여하튼, 이 책은 상당량을 금복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정작 이 책을 덮은 후에 가슴속에 남는 것은 춘희였더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홀로 남은 춘희의 고독이 집결된 벽돌 한장과 그 벽돌 속에 새겨진 그림이더라는 것이다.

애초에 혼자 였던 아이 춘희,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했던 춘희, 교도소에서 갖은 학대를 당하면서도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춘희, 홀로 남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삶을 이어갔던 춘희, 그 속에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홀로 고독을 장인정신으로, 예술로 승화시킨 춘희, 자신의 단 한번의 사랑, 유일했던 사랑, 그 조차도 처음엔 어떤 의미인지를 알지 못했던 춘희, 하지만 끝내 오직 그 한 남자를 기다리며 홀로 고독 속에서 죽어간 춘희.

 

 그러니까 한 마디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던 춘희가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타는 마음은 또 어찌 알고 홀로 고독 속에서 죽어갔다는 것.

 

 이것이 가슴 속에 가시처럼 박혀 버렸다고나 할까. 그랬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내 가슴 속에서 이 책에 대한 이미지를 한 장면으로 요약하자면 춘희가 벽돌에 새겨넣은 그림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읽는 동안에도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고민을 해야만 했던 책이고,

다 읽고 나서는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해야만 했던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받아든 사람들은 한번쯤은 난감해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난감함은 이 책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변해 갔다.

시간 나면 읽어 보고, 내게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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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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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절반의 역사, 그 숨겨진 절반의 역사를 파헤치고자 쓴 책이다.

여기서 숨겨진 절반의 역사라 말함은 왕에 가려 실로 많은 역할을 했음에도

그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왕비들을 말한다.

우리는 조선 건국에 대해 이성계만을 기억하고 있지 신덕왕후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녀가 개국에 대해 어떠한 기여를 했는가는 더더욱 모르고 있다.

이 책 대로라면 신덕왕후가 배후조종 하듯이 했던 이성계와 그의 아들 방원만을

기억할 뿐이다. 바로 이 지점,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겉으로 드러난 남정네들을 배후조종

했거나, 겉으로 드러난 역사적 사실, 그 안에서 큰 기여를 했던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시선을 확 잡아끄는 책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 책은 기묘한 점이 있는데, 그녀들이 조선의 역사 속에서 숨겨진 절반의 역사가

될 수 밖에 없었듯이 이 책에서 또한 그녀들은 숨겨진 절반의 역사로 인해 이 책을 완전한

책으로 만들지 못했다. 무슨말인고 하니, 왕비들의 삶은 입성과 동시에 둘로 나뉘어진다.

궁 밖에서의 삶과 궁 안에서의 삶. 궁 밖에서 명문가의 영양으로 자라났던 여인네들.

그 여인네들은 스스로 왕비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거나 집안 차원에서 왕비로 만들고자

했다 할지라도 꼭 왕비가 될 거라 생각하고 기록들을 남겨 놓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궁 밖에서의 삶에 대해서는 사료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때로는 작정을 하고 왕비에 대한 기록들을 말살시켜 버리거나 왜곡한 적도 있었다.

왕비의 삶에 대한 기록마저도 반쪽자리일 수 밖에 없으니, 숨겨진 절반의 역사를 파헤치겠다는

이 책도 결국엔 반쪽짜리 책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이 차라리 역사소설이었다거나 드라마 시나리오 정도였다면 이리 거부감이 생기진

않았겠지만-사실, 왕비들의 행적을 추적해보니 여느 사극 속의 왕비, 후궁들과 다르지 않더라,

다만 이 책은 사극에서 미처 다루지 않았던 인물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사극이 일부러

다루지 않은 게 아니라 자료수집이 여의치 않았기에 아직 다루어지지 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이 책은 제목에 조선왕비실록이라고 달고 나온 책임을 감안했을 때 뭔가 속은

기분이 아니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 바로 이 기분, 실록인 줄 알고 펼쳐들었던 이 책이

알고보니 대부분이 저자의 추측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배신감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니 그냥 넘어 가야 하는 걸까?

이해는 되지만..자신의 삶이 후에 이리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을 해 보자.

내가 만약에라도 유명인이 되어 누군가가 내 삶을 추적하는데 나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

와중에 내 일생에서 어느 특정한 인물이 나에 대해 특정한 시각에 대해 남긴 글 하나로

이걸 보아하니 이 사람은 어린시절 성장 배경이 이러이러하고 이런 성품을 가지고 있었군,

그러하기에 후에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아마도 이렇게 했을 것이야, 라고 말이다.

늘 한결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 자신이 어린시절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달라서 더 예민하게

구는 건지도 모르겠다. 20대에 들어서는 한해한해 가치관이 바뀌는데..휴..한숨만 나올 뿐이다.

 

휴,,나는 너무나도 안타깝다. 역사의 뒤켠에서 빛바랜 왕비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나온 건

좋은 일이지만 이마저도 완전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채로 세상 속에 나와, 어쩌면 우리는

어느 한 인물에 대해서는 대단한 오해를 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신뢰가 없는 것 같다. 그건 저자의 이야기 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내가 지나치게 의심이 많은 걸 수도 있지만, 여하튼 의심을 품고 달려드는

독자들은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시원스런 책은 아니라는 거다.

 

이왕 나온 책 어찌하겠는가, 앞으로라도 이런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서 학자들끼리

토론도 해 가면서 최대한으로 신빙성 있는 진실을 찾기 위해 절차와 방법을 이용하기를

바래야지.  

 

결론적으로 이건 리뷰라기 보다는 내가 이 책을 왜 못 믿겠는지에 대한 변명들을 늘어놓은

꼴이 되어 버렸지만 나 또한 이 책을 집어들 때에는 대단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음을

밝혀 둔다. 그리고 왕비들의 이야기 자체는 재밌었다. 정말이지 역사소설이었다면 재밌게

읽었을 법한 책이었다. 사극을 많이 보던 사람들이라면 모든 역사적 상황 속에 왕비들이나

후궁들이 어떠한 역할을 했을런지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각각의 왕과 왕비, 그 시대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 왕비들이 역사적 사실에 기여했는지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으니, 좀 더 객관적인

자료들을 보충해서 개정판을 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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