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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란트 이야기
이종선 지음 / 토네이도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덮으며...두가지 상반된 생각을 했다.
이 책이 과연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책인가 하는 것과 진정으로 감동스럽고 해 볼만한 일이다 하는 생각.
과연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은 주인공의 설정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이미 이 책 속의 주인공은 너무 잘났다.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었고 단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을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과연 열패감만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등불이 되어 줄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그런 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래, 이런 주인공이니 가능한 이야기이겠지, 하고서 자신의 자괴감만을 더 키워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감동적이라 함은,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저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삶에 있어 가치가 있는 진리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 생활에 적용시킬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한 발작 물러서서 생각하면 그래, 그래야지, 하고 수긍할 수 있는 그런 가르침들인 것이다. 열가지 달란트를 종이에 적어다가 책상 앞에 붙여두고 그 열가지 달란트를 가슴에 새기어 잊지 않고 살아갈 때, 우리는 좀 더 우리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책은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와도 비교가 되는데, 폰더씨는 시간여행을 통해 위인이라 불리는 이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가까운 인물, 즉, 곁에서 지켜 보았던 이들, 그리하여 이 주인공에게 내가 본 너의 달란트는 이것이다,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이들과의 여행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 연인, 은사, 직장 동료, 그리고 바로 자기 자신. 이들과의 여행을 통해서 주인공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달란트를 하나씩 깨달아 간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각 개인에 비춰 갖가지 스펙트럼을 나타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형화 된, 용서, 믿음, 책임, 등등..이런 것들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지니고 있는 나만의 달란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충고이기에 각 개인에 비춰서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주인공에게 내려진 열가지 달란트보다 주인공이 자신의 달란트를 깨달아가는 그 여정이 더 뜻깊은 것이라 할 수 있겠고, 그 과정이 독자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이런 것들이 먹혀 드는 사회였으면 한다. 어찌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나는 점점 그러한 희망들을 잃어가고 있다. 예전엔 나만 열심히 하면, 아무리 나 가진 것 없어도 진지한 열정으로 무엇이든 해 나간다면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중,고생들이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괜히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다. 아, 젠장, 나도 이제 끝난거야?? 젠장, 젠장, 이전엔 내가 가진 것 없음을 정당화 했었다. 내가 가진 게 없어 내 힘이 부족하여 이루어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내 부족함을 채워가고 있는 지금, 나는 그 후에도 과연 나의 설 자리가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직은 두가지 마음이다. 이런 의구심에 시달리면서도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심산. 모르겠다. 어쩌면 안될거라는 걸 이미 알면서도 해 보았다는 과정 없이는 내가 그 어떤 것도 인정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런 삽질을 하고 있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