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 Bests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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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 백희수는 바로 이 몇번의 우연으로 만들어졌다.

시작은 이렇다. 몇년 전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표전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백희수의 문학상 심사작 표절 사건, 이 사건으로 인해 잘나가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백희수는 한 순간에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뒤이어 자신의 부주의로 딸이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 두 우연은 백희수에게 정신병을 안겨줬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우연이 겹치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에서 호러로 장르를 바꾸게 된다.

표절 사건을 겪으며 신경이 극도로 쇠약해 진 백희수는 무언가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2년간 글을 쓰지 못했던 그녀였지만 그녀를 굳게 믿는 편집장의 배려로 한적한 시골 동네의 한 별장으로 향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백희수에게 씌워진 우연의 덫은 빛을 발하게 된다. 극도로 신경이 쇠약해 진, 재기의 압박을 받고 있는 백희수는 무언가 기댈 곳, 의지할 곳을 찾게 되고 이런 그녀가 찾은 것은 바로 그녀의 딸이었다.

이 딸은 바로 소설가 백희수와 백희수에게 할 말이 있는 한 영혼의 매개 역할을 하게 된다. 작가는 냉철한 사고력과 풍부한 상상력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데 이런 사고력을 가진 작가라면 어느 날 갑자기 들려 온 영혼의 속삭임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된 우연으로 인해 바로 이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배경을 가졌고 이를 토대로 글을 써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그녀의 표절사건과 정신병은 바로 이 냉철한 사고력을 흐리게 한 우연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재기에 성공하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표절이라기보단 아예 복사판에 가까운 표절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주인공의 이름도 내용도 꼭 같은 또 다른 책. 이런 엄청난 사건 앞에 백희수는 처음엔 자신의 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딸이 죽은 것은 죽은 것이고 자기가 표절하지 않은 것은 표절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에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요령 좋게 베낀 것도 아닌 복사판 같이 꼭 같은 책은 오히려 의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것이었다.

진실을 찾아 헤매러 길을 떠난 백희수. 여기서 백희수가 하나하나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면 이 영화는 끝까지 미스터리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장르는 호러로 바뀐다. 이미 사건을 은폐하려 그 별장을 먼저 찾은 이들이 있었고 이들과 마주치게 된 백희수는 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여기서부터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명백하게 구분되는, 그리하여 쫓기는 자의 시선에서 관객들을 숨죽이게 하는 호러가 펼쳐지는 것이다. 

결국에 이야기는 모든 미스터리도 풀어내고 호러 영화로서의 긴장감도 선사하긴 했지만 뭔가 결말이 쌩뚱맞은 영화였다. 너무 무언가를 많이 섞으려고, 많은 말을 하려고 했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엄정화의 연기가 과했다하는 평도 있긴 하더라만 나는 그래도 원톱으로 영화를 잘 이끌어 나간 엄정화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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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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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아마도 책의 내용보다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 더 주목되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소재 그 자체도 참신하지만 그 소재를 끌어내는 방법 또한 독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재들로 한 편의 완성도 높은 글을 써 내는 작가, 이 작가 그 자체가 빛나는 책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그는 염색제를 통해 광고업계에서 유명한 두 명의 일화를 소개하는 동시에 이 광고들이 간파해 낸 미국 여성들의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투자 세계의 이단아를 통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투자 세계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두 명의 대비를 통해 투자 전략,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적절히 설명한다. 미국의 주방을 점령한 존 포페일에 대해서, 존 록도 미처 알지 못했던 피임약에 대해서 흥미로우면서도 완성도 높은 리포트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감탄했던 것은 퍼즐과 미스터리의 차이를 다룬 파트였다. 엔론 사태와 911 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여기에 저자는 이 주제들로 퍼즐과 미스터리의 차이를 제시하며 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글을 써 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저자의 강점이지 않나 싶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쓸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자신만의 시각, 분석을 더하여 전혀 새로운 글을 써 내는 것. 게다가 저자는 종종 아주 적절한 정의를 내리곤 하는 데 이런 표현력도 멋있었다. 예를 들면 "악인의 범죄는 죄악이고 광인의 범죄는 증상이다"(p256), "위축은 생각이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고 당황은 생각이 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또한 위축되면 본능을 잃고 당황하면 본능으로 되돌아간다."(p285).

책을 읽다보면 내용에 홀딱 반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다짜고짜 작가에게 홀딱 반하는 책도 있는데 이 책은 책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그 뛰어난 글들을 써 낸 작가의 시선, 글솜씨에도 홀딱 반하게 되는 책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그동안 블링크와 아웃라이더를 읽지 않았을까. 이렇게 멋진 글을 써내는 작가인 줄 알았다면 진작에 읽었을 것을.

마지막으로 이 책은 혼자 숨겨놓고 소장하면서 보고 싶은 책이기 보다는 북카페 같은 곳에 비치해 두고 싶은 책이었다. 오며 가며 많은 사람들이 시간 될 때마다 잠깐 잠깐 아무 페이지나 펼쳐 그 파트만 잠깐 읽을 수 있고, 또 그 한 파트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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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 Bests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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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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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일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경제의 모든 것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4
짐 스탠포드 지음, 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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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연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인가.
저자는 자본가가 아닌, 자본주의 속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자본주의를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 이 책을 썼다.

자본주의를 이루는 기본 요소, 자본주의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들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학을 논할 때도 추상적인 가정에서 출발하는 경제학이 아닌, 구체적인 생활에서 출발하는 경제학,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학'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경제학을 기초 사회과학이라 하며 순수한, 객관적인 학문으로 경제학을 분류하고 싶어하지만 정작은 경제란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고, 때문에 완전히 중립적인, 객관적인 경제학자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바람직한 경제의 요건으로 번영, 안정, 혁신, 선택, 평등, 지속가능성, 민주주의와 사회적 책임을 들고 있는데, 이 모든 항목 중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혁신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자본주의가 지금까지의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한창 금산분리법으로 떠들썩 했을 때, 금산분리법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바로 기업이 물건은 생산하지 않고 돈 놀이만을 하게 될까 걱정했었다. 그리고 지금, 기업은 점점 제품 생산을 통한 이윤 보다는 여유자금 운용을 통한 이윤을 더 추구해가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자본주의의 장점인 혁신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우려한 저자는 기업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저런 이유와 설명들이 이어지지만 이 책을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기업이여, 투자를 해라!'이다. 바로 '투자가 활발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꿈꾸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경제학자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학파가 있는가하면 이를 반박하는 학파도 있고 공동체적 자본주의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학파 등 저마다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자본주의를 만들고자 하고 있고 이러한 자본주의로의 개선을 위해서 기업이 실물경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요지이다. 

이 외에도 이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왔던 점은, 바로 신자유주의 아래 증가한 기업의 이윤율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윤율의 증가 이유가 자본 생산성의 향상 보다는 친기업적인 정책, 즉 지급해야할 임금, 세금, 기타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이윤율의 증가는 자본 생산성이 증가된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이명박 정부가 생각났다. 몇일 전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도 상향 조정되고 경제성장률도 무려 5% 정도로 예측하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것들의 원인이 자본 생산성 증가보다는 친기업적인 정부 정책 때문인 것 같아 조금은 씁쓸했다.
 
자연 실업률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는데, 어떤 의도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던 실업률에 자연실업률, 물가안정실업률 등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바로 실업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된 단어들인 것이다. 자연실업률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의 실업은 자연적인 현상, 나쁜것이 아닌 현상으로 인식되게 했고 물가안정실업률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 추진했던 각종 법안에 근대적인, 현대적인 등의 단어를 썼던 것과 다르지 않다. 뭔가 이름에 저런 단어가 붙으면 일단 의심하고 봐야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 전반에 대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인정하지 않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면을 이야기 하고 있다. 좀 더 노동자의 입장에 서서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있기에 일반적인 자본주의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속해 있는 나의 입장에서 본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의 강점이지 않을까 한다. 반면, 방대한 양을 쉽게 설명하려고 했기 때문에 결론으로 이르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 어떠한 결론,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때, 그 의문을 이 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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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존 - Green Zon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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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두 개의 미국에 대한 영화이다. 자신의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며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미국과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정의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는 미국.

영화의 주인공은 대량살상무기 수색팀의 팀장인 미군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그를 도와 통역을 했던 이라크인이었다. 적어도 한번 쯤은 진실을 말했고, 하지만 그 진실은 은폐되었고, 그로 인해 자국의 땅이 피로 물들여져야만 했던 바로 그 이라크의 국민이었다. 미군들보다 더 자국의 안정을 원했던, 그래서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군에게 정보를 제공했던 이라크인이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손으로 자국의 미래를 결정짓고자 했던 이라크인이었다.

이 이라크인은 영화의 주인공이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미군이 이라크를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아니 그 무엇이라도 하고자 한다면 통역이든 뭐든 바로 이라크인의 현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미국이 전지전능하게 뭐든지 해낼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이라크 문제에 있어 이라크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받고, 협상을 하고, 또 그들의 미래는 그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주라는 것이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재밌었다. 진위 여부는 제쳐두고라도 일단은 누구나 이라크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알고 있기에 적당히 흥미를 가질만했고 또 음모론을 파헤치는 듯한 두 진영 사이의 대립도 흥미로웠다. 총격씬 전투씬 추격씬 등에서의 적절한 긴장감도 좋았고. 오랜만에 몰입해서 재밌게 본 듯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개의 미국을 보여준 것과, 영화 마지막에 이라크의 운명에 대해 이라크인의 의지를 보여 준 장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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