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일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경제의 모든 것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4
짐 스탠포드 지음, 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과연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인가.
저자는 자본가가 아닌, 자본주의 속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자본주의를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 이 책을 썼다.

자본주의를 이루는 기본 요소, 자본주의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들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학을 논할 때도 추상적인 가정에서 출발하는 경제학이 아닌, 구체적인 생활에서 출발하는 경제학,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학'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경제학을 기초 사회과학이라 하며 순수한, 객관적인 학문으로 경제학을 분류하고 싶어하지만 정작은 경제란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고, 때문에 완전히 중립적인, 객관적인 경제학자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바람직한 경제의 요건으로 번영, 안정, 혁신, 선택, 평등, 지속가능성, 민주주의와 사회적 책임을 들고 있는데, 이 모든 항목 중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혁신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자본주의가 지금까지의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한창 금산분리법으로 떠들썩 했을 때, 금산분리법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바로 기업이 물건은 생산하지 않고 돈 놀이만을 하게 될까 걱정했었다. 그리고 지금, 기업은 점점 제품 생산을 통한 이윤 보다는 여유자금 운용을 통한 이윤을 더 추구해가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자본주의의 장점인 혁신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우려한 저자는 기업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저런 이유와 설명들이 이어지지만 이 책을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기업이여, 투자를 해라!'이다. 바로 '투자가 활발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꿈꾸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경제학자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학파가 있는가하면 이를 반박하는 학파도 있고 공동체적 자본주의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학파 등 저마다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자본주의를 만들고자 하고 있고 이러한 자본주의로의 개선을 위해서 기업이 실물경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요지이다. 

이 외에도 이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왔던 점은, 바로 신자유주의 아래 증가한 기업의 이윤율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윤율의 증가 이유가 자본 생산성의 향상 보다는 친기업적인 정책, 즉 지급해야할 임금, 세금, 기타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이윤율의 증가는 자본 생산성이 증가된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이명박 정부가 생각났다. 몇일 전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도 상향 조정되고 경제성장률도 무려 5% 정도로 예측하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것들의 원인이 자본 생산성 증가보다는 친기업적인 정부 정책 때문인 것 같아 조금은 씁쓸했다.
 
자연 실업률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는데, 어떤 의도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던 실업률에 자연실업률, 물가안정실업률 등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바로 실업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된 단어들인 것이다. 자연실업률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의 실업은 자연적인 현상, 나쁜것이 아닌 현상으로 인식되게 했고 물가안정실업률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 추진했던 각종 법안에 근대적인, 현대적인 등의 단어를 썼던 것과 다르지 않다. 뭔가 이름에 저런 단어가 붙으면 일단 의심하고 봐야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 전반에 대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인정하지 않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면을 이야기 하고 있다. 좀 더 노동자의 입장에 서서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있기에 일반적인 자본주의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속해 있는 나의 입장에서 본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의 강점이지 않을까 한다. 반면, 방대한 양을 쉽게 설명하려고 했기 때문에 결론으로 이르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 어떠한 결론,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때, 그 의문을 이 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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