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베스트 오브 자클린느 뒤 프레
jacqueline du Pre (재클린 뒤 프레) 연주 / 워너뮤직(팔로폰)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주변 사람들에게 외로울 땐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다양한 나름의 해결책을 들을 수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답을 해준 이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에 헐리우드의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누군가 그 작가에게 외로울 땐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답했단다. “외로울 땐 시나리오를 쓰죠.”

 

 자끌린 뒤 프레의 음반을 들으면, 난 그가 외로울 때마다 첼로를 켰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불치병으로 고통받을 때, 사랑하던 사람이 곁을 떠났을 때, 이런저런 인생의 고비에서 어쩌면 그의 유일한 위로이며 희망은 첼로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외로움을 함께 할 무언가가 있는 사람은 그래도 고통스럽지만 행복하기도 할 것이다. 

 

  그가 연주하는 첼로는 편안하고 유려한 선율을 들려준다기 보다는 무언가에 호소하는 듯한 절절함이 느껴진다. 어떤 사람이든, 그의 굴곡어린 삶이든, 세상을 향해서든 자끌린은 첼로를 통해 외로움을 말해주려는 것 같다.

 

  자끌린은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세상을 떴다. 그러나 그의 연주는 세상에 남았고, 그것을 통해 나는 시간을 뛰어넘어 그의 외로움을 듣는다. 이 음반을 듣다보면 외로움이란 결코 나눌 수 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벼랑 끝에 선 막막한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도 첼로를 통해 자신을 응시할 수 있었던 용기를 지닌 한 사람의 삶이 나의 외로움에게 말을 건네고 위로를 전한다. 그것이야말로 이 음반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