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 사람 담은 최민식의 사진 이야기
최민식 글, 사진 / 현실문화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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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처럼 집에 놀러온 동생이 김기찬의 사진집을 갖고 싶어하는 것을 보고도 모른척 한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미안한 마음에 주려고 고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이 책은 사진작가 최민식의 사진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에 관한 그의 확고한 신념, 철학, 인생 전부가 오롯이 담겨져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 사실은 사소한 우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걸어야할 길의 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저자의 경우는 밀항해서 잠시 머물게 된 일본에서 우연히 헌책방에 나온 스타이컨의 "인간가족"이라는 사진집을 보고서 사진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 사진집 하나가 한 사람이 평생을 두고 추구할 방향을 제시해준 것처럼, 저자 또한 자신이 찍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자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책에 실린 저자의 글은 매우 유려하고 잘 읽히기 보다는 마치 시골 농부의 손처럼 거칠고 투박하다. 그런 그의 글이 힘을 갖게 된 근거는 오로지 진실에 있다. 그가 살아온 삶과 이제까지 찍은 사진들은 진실을 향한 지칠줄 모르는 열망을 보여준다.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투영한 사진을 통해 그것을 보는 이들이 가난과 가난한 이들의 삶의 자리를 돌아보고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단지 관찰자의 시선이 아닌 참여자로서 사진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그 배경에는 저자의 뼈저린 가난의 체험이 있었다. 인생에서는 때론 상처라고 생각했던 것이 한계를 뛰어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이책이 갖는 매력은 무엇보다도 저자의 빼어난 사진들을 보는 데에 있다. 더러는 매우 아름답고 경건한 순간을 담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난한 이들의 힘든 일상을 포착한 그 사진들은 보는 이의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어떤 이에게는 한번 보고 잊혀질 사진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스스로의 삶을 자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거나 삶의 방향 자체를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그가 찍은 사진은 오직 거기에 담긴 진실의 힘만으로 그 사진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다. 나아가라고, 세상 속으로, 그리고 그 속의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보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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