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오리하라 유카(와쿠이 에미 분)는 IQ 70의 지적 장애를 지녔지만 타고난 예술적 재능으로 자신만의 미술 작품을 만들며 어머니와 함께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너무나도 순수한 영혼을 지닌 유카였기에 어머니와 사촌 료는 유카가 사람들이나 세상에 의해 상처를 받을까 걱정하며 보호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긴다. 그렇지만 그런 새장 속의 삶에 답답함을 느끼고 세상을 향한 비상을 꿈꾸는 유카에게 어느날 한 사람이 나타난다. 부모의 자살로 고아원에서 성장하며 사랑 따윈 믿지 않게 되어버린 차가운 얼굴의 기자 사와타리 토오루(츠츠미 신이치 분)는 밤길에서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할 처지에 있는 유카를 구해주면서 둘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이 드라마, 외양만 보면 확실히 신파에 가깝다. 지능은 떨어지지만 순수한 영혼을 지닌 여자와 결코 치유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결국 남자의 죽음으로 끝을 맺으며 슬픔을 극대화한다. 더군다나 처음의 빠른 이야기 전개가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질질 끄는 듯한 피로감마저 준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가 나름의 힘을 갖는 것은 섬세하고 뛰어난 심리 묘사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바보일지 모르나 다른이의 영혼을 투영하는 마음의 눈을 지닌 유카는 토오
루를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의 한쪽 날개, 부러져 있어요." 

  그의 부러진 날개를 치유해서 자유롭게 날게 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유카의 특별한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이란 상대방에게 얻을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를 응시하고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것임을 유카는 자신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 보여준다. 이런 사랑에 자신과 세상을 향해 쌓아왔던 높디 높은 벽을 허물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게 되는 토오루는 죽음의 순간에 유카와 그가 만든 작품을 바라보며 비로소 구원을 얻었음을 고백한다.

  세상이 규정한 조건과 장애를 뛰어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유카와 토오루를 보노라면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진정한 사랑이란 한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토오루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만드는 작품으로 자신과 다른 이의 생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려는 유카의 모습을 통해서이다.  

  "나는 죽어서 하늘이 되지 않고 언제까지나 너의 마음 안에서 살아있을 거야. 언제까지나."

 
  이제껏 죽음의 의미를 하늘이 된다는 것으로만 알고 날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그 속에 있다고 믿었던 있던 유카는 토오루의 죽음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에 살아있으며 그것이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처입어서 부러진 영혼의 날개, 그 날개를 치유하는 사랑의 힘, 그리고 구원의 의미...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나, 삶의 의미를 찾느라 지친 길목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첨언: 아무래도 8년 전 드라마라 배우들의 의상이나 세트, 배경이 지금의 눈으로 보면 촌스러운 부분이 많다. 삐삐가 극의 전개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것도 꽤 흥미로운 점이다. 또한 유카가 만드는 작품들이 독특한데 점토와 나무를 이용한 미술 작품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품으로 나온다. 그런데 정말 너무한 것(!)은 여주인공 유카의 의상인데 11회 내내 외투로는 겨자색 더플 코트만 입고 나온다. 이 점은 토오루 역의 츠츠미 신이치에게도 해당되는데 그 터틀넥 스웨터와 가죽 점퍼, 목도리... 아, 드라마의 의상담당, 왜 그랬는지 말해주오. 정말 주연배우들이 보기 딱할 지경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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