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삶은 쉽게 내던져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누추함과 외로움, 슬픔이 무척 큰 때에도 더 꼭꼭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햇빛 찬란한 월요일"에 나오는 다섯명의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꼭꼭 끌어안고 사는 것에 지치고 이력이 난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일하던 항구의 조선소가 문을 닫자 실직자가 된 이들은 2년이 지난 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동네 술집에서 술이나 마시며 시간을 죽이는 신세가 되었다.

  다혈질이면서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산타, 고된 노동을 하는 아내에 대한 자책과 자괴감에 시달리는 호세, 아내가 집 나간 것을 친구들에게도 숨기고 사는 아마도르, 과거의 추억 속에 사는 러시아 이민 노동자 세르게이,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취업을 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지만 늘 좌절하고 마는 리노. 카메라는 이들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따라다니며 담아낸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탄탄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조선소의 폐쇄와 관련된 상황이나, 각각의 인물들이 갖고 있는 갈등과 고민을 매우 차분하고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감독은 이윤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드리우는 어두운 그늘을 비판하면서 그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삶에 대해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다만 조선사업과 관련해 주인공이 한국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부분은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심정적으로 거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들이 어디를 가야 일자리를 찾고, 인간적인 삶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산타는 자신의 나라와 대척점에 있는 광활한 호주 대륙에 가서 멋지게 사는 것을 꿈꾸지만 그것은 실현될 수 있을까?  삶의 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택한 아마도르, 그리고 여전히 햇빛 찬란한 월요일의 출근을 꿈꾸며 쉽지 않는 삶을 살아내야하는 친구들. 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영화는 분명하게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대신에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그 자리, 던져버릴 수도 없어서 그저 꼭꼭 껴앉고 있는 삶의 괴로움과 피로함에 대해 보여주고 있을 따름이다.

  삶은 그렇게 구질구질하고 칙칙한 것이 아니라고? 그렇다고 삶이 장미빛의 꿈과 희망, 기쁨과 평화로움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도 분명 아니다. "열자(列子)"에는 고통받는 날을 빼면 일생은 며칠 밖에 되지 않는다는 귀절이 나온다. 감독은 그 고통받는 날들에 대한 길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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