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러시아의 유명한 애니메이터 유리 노르슈테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친숙하게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일단 그의 작품을 보고나면 작가와 러시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이 작품은 정교하고 유려한 일본의 셀 애니메이션이나 최근에 헐리우드가 내어놓는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3D 애니메이션과는 다소 다른 지점에 서있다. 빛과 소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작품의 그림체는 마치 샤갈의 그림이 보여주는 환상성과 베르메르와 렘브란트의 그림에 나타난 빛의 역동성을 영상으로 담아낸듯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점은 전원 풍경에 대한 소박하지만 섬세한 묘사인데 이것은 러시아의 문학 작품과 예술 세계에 드리워진 회화주의적 전통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기의 요람을 잔잔하게 흔드는 잿빛 늑대의 고요하고 투명한 눈망울, 축제에서 춤을 추는 마을 사람들, 모닥불과 어우러진 숲 속의 어두움과 같은 이미지들은 잊고 있었던 꿈 속의 노래를 떠올리게 만든다. 비록 3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잊혀진 꿈의 기억을 불러 내기엔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 살펴보면 제작년도가 1979년임을 알 수 있다. 울림과 깊이가 있는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빛이 바래지 않고 매번 새롭게 누군가의 가슴에서 피어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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