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딸로 태어난 키키. 13살이 되면 마녀가 되기 위한 첫수련을 받아야한다는 관습에 따라 키키는 부모님 곁을 떠나 자신이 머물 마을을 찾아 빗자루를 타고 떠난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정착하고 싶다는 자신의 바램대로 마침내 바닷가 항구 마을에 도착해서 수련을 시작하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보여주는 세계에는 언제나 꿈과 희망이 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유효한 가치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도 그러한 꿈과 희망의 메시지가 넘쳐난다. 영화는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성장의 과정을 순순히 풀어놓으면서 그것이 13살의 키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온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키키가 마을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택한 배달부 일을 하면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과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키키에게 이전과는 다른 눈뜸의 기회를 제공한다. 빵집 주인 오소노, 화가 우르술라, 남자친구 돔보, 온화한 노부인과의 교류를 통해 키키는 "수련"이라는 말에 걸맞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직관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키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람들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키키가 하늘을 나는 능력을 잊어버리고 상심해있을 때, 오소노와 우르술라는 그것이 일시적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키키에게 위안이 되어준다. 매우 섬세하고 따뜻하게 드러나는 이러한 여성 캐릭터들에 비해 남성 캐릭터들의 대사는 제한되어 있으며 그다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야오는 여성이 가진 독특함과 뛰어난 특질에 주목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더 나아가 생명, 그것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세계에 대해 보여준다. 키키가 위험에 빠진 남자친구 돔보를 구하기 위해 다시금 하늘을 날아올라 마침내 무사히 땅에 내려왔을 때, 아이를 가진 오소노가 산통을 느끼는 것은 그런면에서 보면 우연한 설정만은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고통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누구나 수긍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고통과 시련이 우리 자신의 몫이 되었을 때 그것은 분명 아프고 괴로운 일이며 피해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견디어 내었을 때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열린다. 13살 소녀 키키는 자신에게 주어진 성장의 첫 관문을 사뿐히 넘어 들어간다. 키키는 1년 뒤,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은 그 마을에서 잘 지내고 있으며 그곳이 너무 좋다고 쓴다. 키키가 그런 편지를 쓸 수 있었던 데에는 훌륭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키키에게 온 행운을 모든 이들이 만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더 혹독하고 기나긴 시간이 되기도 하며, 더러는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어쩌면 이 영화는 그런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려는 하야오가 보내는 선물 상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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