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누군가와 만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분이 물었다. 그 일을 목숨을 걸고 할 수 있겠느냐고, 그 일을 할 때마다 매 순간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목숨"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져서였을까, 새삼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일이 과연 목숨을 걸 정도로 치열하게 추구해야할 가치인지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보게 되었다. 목숨까지 내놓고 열정적으로 매달려야할 일이 있다면 그 일은 아마도 한 사람의 생애를 바꿔놓을 것이며 그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면 그 위대함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서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 평전이 기술하는 체의 삶을 읽어내려 가노라면 한 인간이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것, 말 그대로 목숨까지 내어놓고 걸어간 좁고 험한 길이 떠오른다. 한번쯤 한눈을 팔 수도 있으련만, 또는 더 편한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을 법한데도 그는 오로지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만을 바라보고 굳은 신념을 가지고 그 길을 걸어갔다. 

  그는 자신의 시대에,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걸어갔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그의 방법론은 지금의 시대와 사람들에게 통용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체의 삶이 그토록 많은 이들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고 남는 것은 그가 택했던 방법론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유와 평등이 완전히 실현되는 세상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지고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던져버렸다"는 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분명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함과 열정의 최대치를 살다간 사람이다.

  두눈을 뜨고 최후를 맞은 체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그가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목숨을 걸고 스스로가 꿈꾸고 바라는 것을 위해 살 수 있겠느냐고. 오직 하나의 것만을 바라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삶을 택하겠느냐고... 평생을 두고 추구해야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목숨을 걸고 해내야할 일일 것이다. 체 게바라는 그 삶의 가능성과 위대함을 직접 보여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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