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성자들 - 우리 가까이에 있는 여섯 외국인 성자 이야기
김나미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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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TV에서 방영되는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영화 한편에 따라붙는 광고가 참으로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잘 알려진 흥행 대작 영화의 경우에는 광고 시간이 마치 영화의 일부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십분을 넘는 때가 허다하다. 그 많은 광고들이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그리 단순한지, 이것 좀 먹어보세요, 사보세요, 입어보세요, 이곳에서 살아보세요 같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런 광고들을 보고 나면 더 좋은 것을 먹고, 입고, 걸치기 위해서 살아가는 삶에 진정한 충만함과 기쁨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러한 채움을 위해 맹렬히 달려가는 사람들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다. 절대자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자신의 생애와 가진 전부를 충족이 아닌 결핍과 가난의 구덩이 속에 말 그대로 던져버린 이들이다. 철거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울고 웃으며 진정한 이웃이 되어 주기도 하고, 그 누구도 가까이 가길 꺼리는 에이즈 환자의 곁을 지키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약손 같은 삶을 살기도 하고, 우리 나라의 평화와 일치를 위해 기도로 봉헌하는 삶을 사는 분도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종교인이라는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그 점이 처음에는 신기함과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진정한 사랑과 평화와 이해와 나눔에 있어서는 그 어떤 경계도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그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충만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마음에 남는 귀절은 그것이다. 저자가 수녀님께 예쁜 것을 보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수녀님은 다음과 같은 답을 하셨다.

  "예쁜 것을 보면 저건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 대답에는 더 좋은 것, 고운 것, 예쁜 것을 보면서 꼭 가져야겠다고, 가질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소유의 욕망으로 이끄는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 수녀님의 삶의 비결이 드러나 있다.

  비록 책 속 성자들의 무소유와 희생과 봉헌의 삶을 그대로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내 안에 있는 더 갖고자 하는 욕심, 남들 보다 나아보이기를 소망하는 허영을 응시하고 덜어내고자 노력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기쁘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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