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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a 트라우마 Vol.2
곽백수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버버리 세계의 지존이라 불리우던 남자는 결혼을 앞두고 은퇴를 결심한다. 그래서 자신이 맨처음으로 데뷔한(?) 여고 앞에서 화려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남녀공학이 되어버린 그 학교 앞에서 건장한 남학생들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으며 변화된 세태를 실감한다.
곽백수(작가는 이 이름이 본명임을 강조한다)의 연작 만화 "트라우마"가 두권짜리 단행본으로 나왔다. 두께로 보면 꽤 두툼해보이지만 다 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고 웃기는 만화들이 가득한 것도 아니다. 더러는 작가의 오묘한(!) 의식세계를 간파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잠깐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을 해야할 때도 있다.
트라우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의 의도나 느낌을 전달하는 일에 실패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배반한다. 자신이 개발한 탭댄스를 추는 비밀 병기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김박사는 주변으로부터 또라이로 매도당하고, 산타가 있다고 굳게 믿었던 산동네 아이는 가난한 삶에 찌들린 부모로부터 그런건 없다는 말을 듣는다. 어찌보면 그런 그들이 마음의 상처(트라우마)를 입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그것은 바로 소통불능의 일상에서 기인한다.
2권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에 대한 연작들이었다. 인물들은 갖가지 이유로 타임머신에 탑승한다. 그들은 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날까? 끊임없이 자신들의 내면에 트라우마를 만들어내는 현실의 일상이 그토록 참기 힘든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는 사람들이 타인과 세상에 대해 흔히 갖는 선입견과 기대, 상상력이 균열을 일으키는 지점에 대해 무척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듯하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어두컴컴한 골방과도 같은 곳에서 사는 가난한 부모와 그 아이에 대한 연작은 꽤나 쓸쓸하고 통렬하기까지 하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옥탑방은 실제로 겨울에 무지하게 춥다는 것을 알려주는가 하면, 비싼 장난감을 갖고 노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아이는 부모가 가내 수공업으로 조립하는 조악한 장난감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할까? 곽백수가 그린 트라우마 속의 인물들은 그것이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듯 하다. 이 작가의 유쾌하면서도 도발적인 상상력은 앞으로 어떤 만화들을 그려낼지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