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책을 빼어서 읽기 시작한지 3시간 정도쯤 되었을까? 정말로 눈길 한번 다른데에 주지 않고 몰입해서 이 책을 읽어내려간 것 같다. 중간 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도 있었고, 또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아울러 마지막 귀절에 다다랐을 때, 나의 가슴에는 일종의 희열이랄까, 벅차오름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랬다. 이 책에는 참으로 보기 드문 흡인력과 감동이 존재한다. 이는 작가 자신의 삶의 체험을 활자 하나 하나에 절절하게 녹여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할 때, 사람은 얼마나 진실해질 수 있을까? 좀 더 그럴듯한 모습,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적당히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작가란 직업을 지닌 이들은 참으로 스스로에게는 가혹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글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이 숨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은 보여주고, 무엇은 숨기고, 무엇은 말하고 싶지 않고, 무엇은 적당히 꾸미고 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진실한 글이란 그 자체가 전부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박완서의 젊은 날의 전부를, 아니 미처 말하지 못한 그 이면의 것까지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작가가 스스로와 가족,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것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그 꼿꼿함과 치밀함이 후에 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생각났다. 그 책이 조이스의 문학 여정의 입문기에 관한 자전적 고백이었듯,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라는 한 작가가 있기까지의 신산하고 고단했던 역사적, 개인적 체험의 이야기를 담아낸 문학적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출판년도와 판본에 대해 확인하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995년에 초판 1쇄를 찍은 책이 2000년을 넘기면서 28쇄까지 찍어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삶이라는 그 영원한 드라마에 여전히 매혹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비록 그 드라마 한편이 나오기까지 무수한 시련과 고통의 시간이 존재했을지라도 말이다. 박완서는 자신의 삶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그 여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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