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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경찰관
린다 버젠달 폴링 지음, 김이숙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신문에서 복지관을 운영하시는 수녀님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수녀님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 계기가 어린 조카의 죽음에 있다고 했다. 어린 조카가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되었을 때 신께 매달리며 '왜 아무런 잘못도 없는 내 어린 조카가 죽어야 합니까?'라고 수없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기도의 끝에 돌아온 깨달음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는가?'라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나자, 그러한 고통에 처한 수많은 이들이 보이더라는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 린다 버젠달은 스물아홉의 나이에 일곱살 된 아들을 백혈병으로 잃었다. 그런 그녀가 4살 때 발병한 아들과 3년 동안 지내면서 신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도 아마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합니까?'였을 것이다. 경찰관이 꿈이었던 아들 크리스와 보냈던 3년간의 투병기간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전부와도 같았던 아들의 죽음을 통해 그녀는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와 가족들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게되었으며 자신의 삶의 경험을 그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해답을 찾게 되었다. 아픈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 어 위시 재단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마음이 갈갈이 찢기는 아픔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은 지은이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또 다른 삶의 일면을 바라보게 한다. 인생에서 신에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겨야 합니까?'라고 물어야할 때는 무척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신으로부터 듣지 못하는 대신에 그 고통으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나아갈 힘을 얻는 것으로 스스로 답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나라의 경찰이 되어서 엄마를 지켜주겠다던 아들 크리스를 떠올리며 이 책을 쓴 지은이도 그렇게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낸 이들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