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다스리기를 위한 글쓰기
베스 제이콥스 지음, 김현희 옮김 / 학지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집 근처 천변을 산책하면서 보게 되는 새들을 언제부터인가 눈여겨 보게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는 왜가리이다. 얼마전 폭우가 그렇게 쏟아지던 날에는 비를 철철 다 맞으면서도 다리밑이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물가에 꼿꼿하게 서있는 것을 보았다. 홀로 그렇게 있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애잔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모습이 떠올랐다. 예기치 않은 불편하고 속상한 일들 때문에 감정이 상할 때, 그 감정의 폭우를 피해야한다고 느끼면서도 피할 수 없어서 그냥 그대로 감내하고 마는 모습이 비오는 날의 왜가리와 겹쳐졌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글쓰기는 어쩌면 그런 감정의 폭우를 막아주는 우산과 같은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우산 장만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솔직하게 자신과 직면할 용기가 있어야 하고, 글쓰기에 애착이 있어야 하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끈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 배경지식이 있는 이라면 이해하기에 별 무리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가 보기엔 딱딱하고, 책의 내용에 접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저널 쓰기에서 요구하는 내용과 세부적인 항목들은 단순한 쓰기의 차원을 넘어선다. 번역이 잘 읽히게끔 매끄럽게 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책에서 제시하는 저널 쓰기의 방법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살펴볼 수 있게 만드는 통찰을 제공해준다.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겪는 불편한 감정의 폭우가 쏟아지는 날, 자신만의 글쓰기 우산을 갖고 있다면 견디는 일이 훨씬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보다 세밀하게 잘 들여다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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