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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
브렌다 유랜드 지음, 이경숙 옮김 / 다른생각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창작 수업에 들어갔을 때, 아무렇지 않게 오가던 그 엄청난 독설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다들 돌아가면서 느낀 점을 한마디씩 하지."라는 선생님의 그 편안한 제의에 얼마나 혹독한 무거움이 들어있는가를 느끼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게 합평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보였다.
더러 보이는 근거없는 힐난과 객관을 가장한 지독히 주관적인 평들은 나에게도, 또 수업을 듣는 누군가에게도 결코 편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의 독기에는 좀 무뎌진 듯했지만, 스스로는 내 글에 대한 의구심과 진정성에 대한 회의가 갈수록 커지는 것처럼 보였다. 한학기 내내 글쓰는 동안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결국 그 학기가 끝날때쯤에서야 깨달은 것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평이 아니라, 자신의 글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라는 점이었다.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은 나에게 그때의 수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분별력있는 이 책의 저자는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저자는 그것이 문체나 어휘 같은 외적인 요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이의 인격과 글을 쓰는 목적의 진정성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좋은 글쓰기를 위해 제시한 가장 강력한 제안을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겼는데, 그것은 바로 "일기쓰기"이다. 이 제안이 얼마나 매혹적이며 효과적인지, 오래전 그만 둔 일기쓰기를 시작한 뒤 하루도 거르지 않으려 노력한다.
투박한 편집이나, 몇몇 오자와 어색한 번역상의 문제가 있기는 해도 책에 담긴 빛나는 성찰들을 가릴 정도는 아니다. 최근 관심을 갖고 읽어본 얄팍한 글쓰기 책들에 정나미가 떨어진 나에게 이 책은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