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는 예고없이 집을 방문했고, 저녁만 먹고 떠났다. 그의 어머니는 차를 운전해서 아버지를 어디론가 데려다 주었다. 나중에 성인이 되고나서야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알지못했던 사생활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에게는 부인과 딸이 있었고, 혼외 관계에서 얻은 또 다른 딸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예순이 되어서 얻은 아들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결혼해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가 11살 때, 아버지는 인도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에 기차역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현대 건축에 놀라운 영감을 불어넣은 루이스 칸이었다. 아들 나다니엘은 자신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생활을 가졌던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아버지의 지인들을 만나고, 아버지가 지은 건축물들을 탐방한다. 그 여정은 5년이란 시간이 걸리고서야 끝난다. 아들은 비로소 아버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버지에게는 세 개의 가정이 있었다. 그 집들은 불과 5마일 근방에 모여있었다. 아들이 아버지가 과연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는 바람둥이였을까? 어째서 그토록 위대한 건축가가 사생활만큼은 도덕적이지 못하고 비밀 속에 두어야 했는지 아들은 그 답을 찾으러 나선다.
에스토니아 태생으로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그의 아버지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했지만 쉰이 될 때까지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건축가였다. 그러다 우연히 가게 된 유럽 여행에서 보게된 고대와 중세 건축물들은 루이스 칸에게 크나큰 영감을 주었다. 그때부터 이 건축가의 놀라운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켐벨 미술관, 소크 연구소,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칸의 건축물은 곧 찬사의 대상이 되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건축물들 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해나간다. 또한 한번도 같은 자리에서 만나본 적이 없는 두 명의 배다른 누나들과도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자신의 어머니에게는 오래된 과거의 상처를 헤집는 질문을 해서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는 묻고 또 묻는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아버지 루이스 칸"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일은 어렵고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때론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루이스 칸의 아들이자 이 다큐의 감독인 나다니엘 칸은 그 모든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아버지가 남긴 건축물들이 주는 위대함 앞에서도 결코 거기에 매몰되어 서둘러 자신의 상처를 봉합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감독의 느리고 진중한 호흡을 통해 관객은 한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건축물에 영적인 영감을 불어넣은 위대한 예술가였지만, 동시에 인간적으로는 약함을 가지고 있었던 한 인간이 있었다. "나의 아버지 루이스 칸"은 인간의 내면에는 불완전함과 함께 그것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의 세계가 함께 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그 자체라기 보다는, 대상에 대한 애정일지도 모른다. 아들 나다니엘 칸은 그렇게 아버지 루이스 칸을 사랑했고, 그래서 결국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