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복


  "당신 주식은 좀 올랐어?"
  "조금. 그냥 용돈벌이 수준이지."
  "옛날에 반도체 주식이나 사놓지 그랬어. 그게 그렇게 올랐다며?"
  "그러게. 사람이 앞일을 알 수 있어? 그거 한 주에 15만 원 할 때, 그냥 팔아치웠거든. 그게 지금 220만 원이야."

  남편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연수는 침울한 남편의 표정을 보니, 자신이 괜히 말을 건넨 것 같았다. 만약에 남편이 그 주식을 지금까지 계속 들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17평 2층 빌라에서 이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무당의 유튜브를 보는데 그러더라. 돈복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싶어."
  "돈복 없는 사람은 평생 거지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네."

  빨간색의 화살표가 가득한 주식 앱의 창을 닫으면서 남편이 그렇게 말했다. 연수는 자신이 위로를 한다고 말한 것이 오히려 남편의 속을 긁었나 싶어졌다. 마지막 오거리, 목적지까지 5분 남았습니다. 렌터카의 네비게이션이 집 근처 오거리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아버님은 전보다 더 나빠지신 것 같지?"
  "그래 보여. 이렇게 병원 가는 일도 올해까지가 아닐까 싶고."

  연수는 남편과 함께 2주에 한 번, 시아버지가 입원한 요양 병원을 방문했다. 1년이 좀 지났나? 아직 봄이 오지 않았으니 1년을 채우지는 못했네. 그러니까 작년 3월의 일이었다. 시아버지는 요양원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MRI를 찍어보니, 미세한 뇌출혈이 있었다. 골절에다 뇌출혈 후유증까지, 시아버지는 병원 침대에서 거의 누워있다시피 하면서 지냈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엄신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거든. 이름이 엄석구. 오래전에 투자한 주식이 대박이 나서 무려 300억 수익을 거둔 거지. 그게 20년 전이야. 그 양반은 그거 종잣돈으로 계속 굴리면서 잘 먹고 잘 살더라고."
  "그러겠지. 돈이 돈을 버는 시대잖아."
  "수도꼭지 하나에 삼백만 원짜리가 있다면, 당신은 믿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남편은 차에서 내리면서 뜬금없이 수도꼭지 이야기를 꺼냈다. 연수는 삼백만 원짜리 수도꼭지가 있다면 어떻게 생겼을지 가만히 상상해 보았다. 진짜 금으로 도금이라도 한 모양인가 보네.

  "고급 부동산을 탐방하는 유튜버가 있어. 그 유튜브 방송을 보니까, 엄신이 사는 로터스(Lotus) 타워가 나오는 거야. 엄신이 리모델링한 자기 집을 보여주는 거지. 글쎄, 그 집의 욕실 수전의 수도꼭지가 삼백만 원이라는군."
  "그건 좀 낭비 같은데. 어차피 물을 트는 것뿐이잖아."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말이야, 나 원 참 웃겨서."

  남편은 갑자기 뭐가 생각이 났는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그 집 인테리어 소품에 수프 캔 바구니가 있는 거야. 당신도 알지? 앤디 워홀의 팝 아트, 그거 있잖아. 캠벨 수프 같은 깡통 쌓아놓은 거. 커다란 대바구니에 외국 수프 캔이 여러 개 담아져 있는 거지. 그게 천만 원짜리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현대 예술 작품이라나 뭐라나. 하하..."
  "부자들의 취향이란 게 참 독특하네. 당신이나 나나 그런 건 거저 줘도 안 가질 것 같은데."
  "맞아. 돈복 있는 사람들은 뭔가 다르긴 다른 모양이지."

  마침내 부부는 비좁은 빌라 주차장에 겨우 차를 대놓고 집에 들어왔다. 남편은 1시간 넘게 운전하느라 피곤했는지 소파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그리고는 늘 하던 대로 주식 분석 유튜브 방송을 틀었다. 연수는 전자레인지에 뎁히기 위해 냉동해 놓은 밥과 즉석 국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언제부터더라, 요리를 하지 않게 된 것이... 문득, 돈복이 있는 사람들의 식탁은 자신들과 얼마나 다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 오늘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이 먹는 음식이 여러분을 만든다고요. 저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겠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사는 주식이 여러분의 일생을 놀랍게 바꾸어놓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냉동 밥과 즉석 미역국, 공장에서 만든 김치를 먹는 자신과 남편의 인생이 과연 앞으로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돈복이라는 것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백날 주식을 사봤자 소용이 없는 일이 아닌가. 땡땡땡. 조리가 끝났음을 알리는 전자렌지의 알림음이 경쾌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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