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의 키티짱


-어서 오세요.

-늘 사는 거. 알지?

-에쎄 멘솔, 레쓰비 마일드 캔, 하나씩. 이렇게 드리면 될까요?

-아냐, 잠깐만.

  남자는 편의점 안을 잠깐 둘러보더니, 고양이 간식 캔 하나를 들고 왔다.

-학생, 이것도. 그런데 오늘은 키티짱 안 보이네. 이때쯤이면 문 앞에서 졸고 있던데.

-사장님이 싫어하세요. 매장 위생 문제도 있고. 보면 내쫓으라고 당부하는 걸요.

-그렇군. 고양이가 좀 골치 아플 때도 있어.

  포스기에서 띡, 띡, 띡, 세 번의 기계음이 들렸다. 알바생이 남자에게 카드를 건넸다. 남자는 후줄근한 조끼 호주머니에 담배를 넣고는, 캔커피를 뜯었다.

-이건 키티짱 오면 주라구.

-다음에 직접 주시면 키티짱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남자가 고개를 내저었다.

-못 줄 거 같아. 내일 이사가.

-아, 그러시군요.

  알바생은 건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동자동에 쪽방촌이 있어. 거기로. 여기 고시원 살기는 괜찮았는데.

-거기 월세는 더 싼가요?

-아니, 더 비싸. 34만 원. 고시원보다 4만 원이나 더. 시설도 엉망이고. 취사실 옆에 바로 화장실이 있어. 문짝도 없고.

  알바생은 남자가 이사를 하게 되는 사연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더 물어보는 일은 꺼려졌다. 손님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편했다.

-일주일 전에 고시원 총무가 와서 나가달라는 거야. 항의가 들어왔다고. 알았다고만 했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는 다 마신 캔커피를 찌그러뜨렸다. 

-가봐야겠군. 키티짱 보이면 그거 줘.

-건강하세요, 형. 그런데 형이라고 불러도 되요? 누나라고 불러야 할지.

  알바의 마지막 인사에 남자의 구겨진 얼굴이 살짝 펴졌다.

-좋을 대로.

  남자의 샛노랗게 물든 땋은 머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마스카라가 번진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거렸다.

-학생도 꼭 성공해.

  남자가 가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야옹, 하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알바생은 고양이 간식을 들고서 일어났다.

-키티짱, 왔구나. 자, 이거.

  고양이는 알바생이 뜯은 캔을 사부작사부작 조금 파먹더니,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눈을 깜빡거렸다. 알바생은 졸음을 내어쫓기 위해 기지개를 크게 켜보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라디오를 켰다. 이런 밤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덜 무섭게 느껴졌다. 뚜뚜뚜 뚜. 새벽 1시를 알리는 시보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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