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표정


-아, 차라리 그냥 빨리 죽어버리면 좋겠어.

-아픈지 얼마나 되었는데?

-1년.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가.

-근데, 고향은 어느 나라?

-베트남.

  전화벨이 울렸다. 여자가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떴다.

-엄마, 여기 커피. 누구야?

-남편이 여기 입원했대. 암이라고.

-여자가 못됬다. 아무리 그래도 남편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래?

-자기도 살길을 찾아야 하니 그렇겠지. 늙은 남편한테 뭔 정이 얼마나 있겠냐. 애도 없다는데.

-남편이 몇 살인데?

-오십. 여자는 스물여덟. 자식이 있으면 좀 다르겠지. 자식이란 게 버팀목 같은 거야. 작은 버팀목. 그런 거라도 있으면 어찌어찌 살아가지. 그런데 그런 게 없잖아, 저 여자는. 그러니 남편이 죽어가도 데면데면한 거지.

-그래도 남들 앞에서 남편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난 무섭다. 무서워.

-내가 다시 볼 사람 아니니까 그렇겠지.

-부부란 게 정말 남남이네. 어쩌면 생판 남보다도 못한 거 같아.

-사람은 이기적이야. 결국은 다 자기 살 궁리를 하게 마련이니까.

  그날 오후에 베트남 여자의 남편이 임종실로 이동했다. 너무 말라서 뼈가 드러난 남자의 가느다란 팔이 그네처럼 흔들거렸다. 베트남 여자는 이불과 기저귀 가방을 들고서 호스피스 병실 앞에 서 있었다. 돌에게도 표정이 있다면 저 여자의 얼굴일 것이다. 검정 고무줄로 묶은 여자의 짧은 머리가 천천히 흔들거리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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