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55분
컹컹, 왈왈.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시계를 본다. 6시 55분. 거의 매일 아침, 같은 시각이다. 흰 모자를 쓴 키 작은 늙은 여자가 유모차를 끌고 지나간다. 그 유모차에는 개가 한 마리 앉아있다. 올여름 내내 남자의 기상 시간은 그즈음으로 고정되었다.
열대야에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는데, 거기다가 개 짖는 소리에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마다 남자의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놀랍게도 이 아파트 단지에서 저 개 짖는 소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남자 말고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늙은 여자는 여름 내내 6시 55분에 미친듯이 짖는 개를 데리고 나와서 아파트를 산책했다. 그 누구도 여자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여자는 자신의 개가 짖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아침 일찍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이 늙은 여자의 루틴이었다. 짖는 개에게 주의를 주지도 않았다. 여자는 개 유모차를 여유롭게 끌면서 아파트 단지를 통과했다.
남자는 문득 오래전의 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요양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다. 할머니 A에게는 정기적으로 면회를 오는 살가운 자식들이 있었다. 할머니 B는 자식이 없었는지, 아니면 있어도 찾아오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어쨌든 할머니 B는 할머니 A를 보면서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다. 그런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이 할머니 B의 마음을 좀먹어 들어갔다. 그리하여 할머니 B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다다랐다. 할머니 A를 살해한 것이다. 할머니 A가 죽은 날은 5월 7일, 어버이날 전날이었다.
6시 55분의 늙은 여자에게 개 유모차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행복을 시기 질투하다가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것보다 개를 키우는 것이 낫겠지. 남자는 그 유모차를 멸시와 증오로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