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모전(公募展)
수상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걸 모르는 바보들이 그림을 그린다
실력에 돈이라는 금칠을 해야 이길 수 있다
금칠, 이라는 단어가 역겨운가?
그렇다면 당신은 파리의 삶을 살아라
유명한 선생님의 화실에 들어가서
열심히 발바닥을 비빈다
떨어지는 흙가루를 캔버스에 칠한다
심사의 과정은 공정하다
그림을 씹어먹을 수 없는 사람을 떨어뜨린다
부실한 치아로 그림을 씹다가
틀니를 끼고 젊은 날을 내다 버린 사람들
심사위원이 말한다
너의 그림이 떨어진 이유는
유기성(有機性)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매일매일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번번이 떨어진다
30년 후,
늙은 낙선자의 전시회가 열린다
캔버스에는 부서진 치아들이 반짝인다
특별한 금색의 기원은 낙선자만이 알고 있다
그림이 마음에 든 누군가가
그림을 백 원에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