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락할미새
과일칼을 씻다가 엄지손가락을 쓱, 베었다
칼이 들어오는 느낌은 너와의 이별과도 같다 이 칼은
주름이 진 칼이라 손가락 안쪽에 주름의 상처를
만들었을 것이다 피가 점점이 배어 나온다
왜 다쳤을까? 딴 데 정신이 팔려서 그랬을 것이다
널 생각했기 때문이다 엊그제 꿈에 알락할미새가 보였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느리게 빠르게 기울이며 새는
쓰레기통 위에 잠시 앉았다 그러다가 날아가 버렸다
나는 알락할미새의 소리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 새는
곁을 쉽게 주는 새가 아니었다 네가 나에게 준 손톱 같은
곁을 생각했다 손톱이 부러졌고 너는 날아갔다 나는
쓰레기통 앞에서 붉어진 눈으로 오래도록 서 있었다